김정은 앞장… ‘후계자’ 과시, 후견인 장성택·리영호 뒤따라
2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을 통해 이른바 ‘김정은 사람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영결식 장면은 북한 대내외에 공표되는 만큼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의 거리는 향후 북한의 권력 구도를 점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장성택·리영호·김정각이 핵심”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중계된 김 위원장의 영결식에서 김 부위원장은 운구차 오른쪽 맨 앞에서 걸었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김 위원장이 영결식 운구차 옆을 걸어서 따르지 않았던 상황과 대비된다. 북한의 차기 지도자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김 부위원장에 이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 김기남 당 비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 당의 요직을 꿰찬 실세들이 뒤를 이었다. 또 운구차 왼쪽에는 ‘신군부’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의 순으로 배치됐다. 운구차를 호위한 인사는 양쪽 4명씩 모두 8명으로 추정되는 만큼 중계 화면에는 잡히지는 않았으나 김정각 뒤로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으로 보이는 인사가 한 명 더 있었던 것으로 관측됐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공백이 생긴 북한 권력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 부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김 위원장과 나이가 같은 리영호가 핵심 후견인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김기남·최태복·김영춘 바람막이”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성택이 김정은 바로 뒤에 섰다는 것은 그만큼 짧은 시간 동안 위상이 급상승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성택·리영호·김정각은 김정은 체제의 핵심 포스트로 역할을 부여받은 것 같다.”면서 “김기남·최태복·김영춘은 원로로서 김정은 체제의 바람막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세훈·송수연기자
shjang@seoul.co.kr
2011-12-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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