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NYT, 선박 불법활동 보도…“북, 연료 얻으려고 점점 불법 밀거래 의지”
북한에서 은밀하게 석탄을 선적한 뒤 베트남 등으로 운송해온 선박들의 구체적인 대북 밀거래 행위가 공개됐다.지난해 10월 19일 북한 금별무역 소속 대형 선박 예성강 1호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대북제제 결의 2375호를 피하기 위해 정유제품으로 추정되는 화물을 환적하는 모습[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자료사진]
WSJ는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 주로 중국인(홍콩 포함)이 소유하거나 운영해온 선박 6척의 대북 불법 거래 행태를 소개했다.
이들 선박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안보리에 블랙리스트 지정을 요청했던 10척 가운데 중국의 반대로 제재대상에서 제외된 글로리 호프 1, 카이샹(Kai Xiang), 신성하이(Xin Sheng Hai), 위위안(Yu Yuan), 라이트하우스 윈모어, 삼정 2호 등이다.
WSJ에 따르면 이들 선박은 북한을 입출항하면서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고 잠행하는 등 국제사회의 감시 눈길을 피하려고 은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AIS를 켜면 선박의 위치가 노출된다.
그러나 이들 선박은 미국 정보당국의 위성에 포착돼 꼬리가 잡혔다.
중국인이 소유한 글로리 호프 1호는 지난해 8월 5일 북한에 대한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 2371호가 통과된 직후 파나마 깃발을 달고 서해-대동강을 거쳐 북한 송림 항에 입항했다. 8월 7일 송림 항에서 석탄을 실은 뒤 중국 쪽 해안으로 나왔다. 북한을 드나들면서 AIS를 껐다.
이어 같은 달 15일 중국 롄윈(連雲) 항에 접근하면서 AIS를 켠 뒤 항구에는 들어가지 않은 채 주변 해역을 맴돌았다. 미 정보당국은 글로리 호프 1호가 마치 중국 항에서 화물을 선적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했다고 WSJ은 전했다.
롄윈항 주변 해역에서 1주일 이상을 배회하던 글로리 호프 1호는 베트남 깜빠(Cam Hpa)항으로 이동, 북한에서 실었던 석탄을 하역했다. 베트남 항으로 진입하면서 다시 AIS를 껐다.
역시 중국인 소유의 카이샹호는 지난해 8월 31일 AIS를 끈 채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실었다. 이틀 뒤 홍콩을 거친 뒤 베트남 깜빠항에서 석탄을 하역했다.
중국 등록 선박인 신성하이호는 지난해 8월 10일 중국에서 출발한 뒤 한반도 해역을 거쳐 같은 달 18~1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주변에 진입, 항구에는 들어가지 않은 채 인근을 배회했다. 이때는 AIS를 켠 상태였다. 러시아산 석탄을 선적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위치를 일부러 노출 시킨 것이다.
신성하이호는 이틀 뒤 AIS를 끈 뒤 북한으로 향했고 같은 달 31일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실어 9월 말 베트남에서 석탄을 하역했다.
위위안호는 8월 12일 북한 원산항에서 석탄을 실은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남부의 항구도시 나홋카 주변 해역으로 이동, 엿새간을 배회하다 같은 해 9월 5일 사할린 홈스크에 석탄을 내렸다.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는 여수항을 출발한 뒤인 10월 19일 공해 상에서 북한 선박인 삼정 2호에 정유제품을 선박 간 이전(ship to ship) 방식으로 이전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국 정부는 다음 달인 11월 여수항에 다시 입항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를 안보리 결의에 따라 억류했다.
NYT도 이날 미 정찰기에서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의 불법 공해 상 거래 실태를 공개하며 이런 밀거래가 대북 제재를 방해한다고 보도했다.
NYT는 외교 당국자들과 자체 입수한 문서를 인용해 북한이 필요한 연료를 얻기 위해 점점 불법 밀거래에 많이 의지한다고 전했다. 밀거래는 주로 서해, 동해, 동중국해에서 일어난다고 한 외교관은 밝혔다.
누가 북한을 돕는지 입증하기는 어려우며, 의혹이 제기된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직접 밀거래에 개입했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고 NYT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홍콩 선적인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의 경우 선원 25명이 중국인이지만 중국 정부와의 다른 연계는 미약하다.
NYT에 따르면 미국이 안보리 블랙리스트 등재를 요구한 선박 10척에는 라이트하우스 윈모어를 비롯한 북한 선적 선박 4척과 한국·홍콩·대만·중국과 연계된 다른 선박들이 포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