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서 新대북·통일 독트린 제시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15일 내놓은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는 의미심장한 대목이 있다. 그 대목은 이렇다.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핵과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캐리커처
특히 북한 당국 간부와 북한 주민을 한데 묶은 게 주목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북한 당국과 주민을 분리해 메시지를 밝힌 적은 있지만 북한 당국 간부를 주민과 같은 편으로 합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통일이 되면 김정은 외에 나머지 북한 당국 간부들은 우호적으로 대우하겠으니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될 만하다. 다시 말해 북한 간부들에게 ‘통일이 되면 책임을 묻지 않고 잘 대우해 줄 테니 자유민주주의로 통일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해 달라’는 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결국 박 대통령으로서는 김정은 정권을 지탱하고 있는 북한 간부들을 김정은으로부터 떼어냄으로써 김정은을 철저히 고립시키는 전략을 새롭게 구사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북한 간부들로 하여금 김정은 체제의 전복 내지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염두에 두도록 자극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민 정부 이후 이만큼 구체적이고 강력하게 통일 이후의 대우에 대해 언급하면서 레짐 체인지를 암시한 경우는 없었다고 할 만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북한 당국에 핵 포기와 도발 위협 중단을 촉구하면서 ‘대화’라는 단어는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안보에 관해 소신이 강한 박 대통령은 ‘도발→대화→보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북한 체제를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켜 통일의 초석을 다진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2016-08-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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