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전 휴가 나와 용돈 주고 갔는데…”

“보름전 휴가 나와 용돈 주고 갔는데…”

입력 2010-03-30 00:00
수정 2010-03-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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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제대하면 호강시켜 드릴게요.조금만 기다리세요.”

 실종된 초계함 천안함에 탑승했다가 실종된 정태준(19) 이병은 불과 보름 전 100일 휴가를 나와 부모님께 3달간 꼬박 모은 용돈을 드리고 귀대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30일 큰어머니인 정모 씨를 통해 들은 전 이병은 “어린 나이에도 부모님한테 손 한 번 벌려본 적이 없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또래 친구들처럼 부모에게 용돈 한번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고 대학 등록금도 아르바이트로 스스로 마련했지만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었다고.

 지난해 대학 전기과에 들어간 정 이병은 빨리 군대를 갔다 온 뒤 취업을 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같은 해 말 해군에 자원입대했다.

☞ [사진] 실낱같은 희망이라도…천안함 침몰 그후

 가족들은 “왜 복무기간이 긴 해군에 들어가느냐”며 말렸지만 정 이병은 “전공을 살려 배에서 전기관련 일을 하면 아무래도 제대 후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자리를 구하는데 좋지 않겠냐”며 설득했다고 한다.

 정씨는 “조카가 고된 훈련에도 일주일에 1번씩 꼬박꼬박 집으로 전화해 ‘잘 지내고 있다.해군 업무가 잘 맞는 것 같다’며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는 효자였다”고 말했다.

 또 보름 전에는 100일 휴가를 나와 그동안 모은 용돈을 손에 쥐어주면서 “제대하면 꼭 호강시켜 드릴게요”라고 했다고.

 휴가가 끝난 뒤 복귀한 정 이병은 며칠 뒤 천안함에 승선했다.

 승선 직전 “훈련에 들어가면 10~15일 정도 연락을 못 할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한 것이 마지막 통화가 됐다.

 말하는 내내 눈물을 훔치던 정씨는 “동생(정 이병 아버지)과 올케가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어린 나이에 원하는 것 한번 맘껏 해보지도 못했는데..”라고 끝낸 말을 잇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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