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 대한매일신보 몰래 도왔다”

“순종, 대한매일신보 몰래 도왔다”

입력 2010-08-16 00:00
수정 2010-08-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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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 손녀 방한해 밝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황태자 시절 영국 언론인 배설(Bethell·1872~1909)이 운영하던 항일언론 대한매일신보와 영자지 코리아 데일리 뉴스를 비밀리에 도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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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인 배설의 손녀 수전 블랙(오른쪽 두 번째) 가족과 중국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관계자들을 도운 영국 사업가 조지 루이스 쇼의 손녀 캐서린 베틴슨이 15일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역 배설의 묘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베틴슨, 블랙의 첫째딸 니콜라, 블랙, 둘째딸 린제이. 연합뉴스
영국 언론인 배설의 손녀 수전 블랙(오른쪽 두 번째) 가족과 중국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관계자들을 도운 영국 사업가 조지 루이스 쇼의 손녀 캐서린 베틴슨이 15일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역 배설의 묘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베틴슨, 블랙의 첫째딸 니콜라, 블랙, 둘째딸 린제이.
연합뉴스
‘을사늑약(1905년)의 무효’ 논평 등을 통해 일본의 침략행위를 비판했던 배설의 손녀 수전 블랙(55·영국 국립보건국)은 15일 “할아버지는 1904년 조선에 입국한 뒤 두 살 차이인 황태자와 친하게 지냈다. 특히 조선총독부가 광고주들을 위협, 신문사 경영이 악화되자 황태자가 할아버지의 신문사에 여러 차례 도움을 줬다는 말을 할머니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65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두 딸과 함께 방한한 블랙은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할아버지의 공적을 높이 평가해 주고 상세히 기억해줘서 큰 영광”이라면서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 있는 할아버지 묘소 관리 등도 잘 돼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또 “순종이 황태자 때 할아버지에게 보낸 ‘나의 벗 지미에게(My friend Jimmy)’로 시작되는 엽서 등 다수의 한글 편지와 자료, 문서들을 보관하고 있다.”면서 “할아버지를 기리는 기념관이 세워진다면 사본 등을 기증, 한국민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블랙의 쌍둥이 두 딸 니콜라·린제이 블랙도 “증조 할아버지께서 일제 치하의 한국인들을 위해 많은 애를 쓰셨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는데, 한국에 와보니 실감이 난다.“면서 “한국인들이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어서 크게 감동했다.”고 말했다.

배설은 일제의 ‘국외 추방’ 기도와 옥살이 등 숱한 고생과 음주, 흡연 등으로 심장병이 심해져 1909년 서울에서 별세했다. 배설의 부인은 3개월 뒤 외아들 허버트 오웬(1963년 사망)을 데리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블랙은 이에 대해 “할머니는 ‘신문을 잘 경영해 한국민들을 구해달라.’는 남편의 유언을 따를 생각이었지만, 이듬해 영국인 비서가 일제에 매수돼 신문사를 팔아 조선총독부의 기관지로 전락하는 등 모든 것을 잃게 되자 귀국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2010-08-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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