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 피의자, 14년간 악몽 토로

14년 전 택시기사를 물에 빠뜨려 살해한 뒤 진실을 숨기고 살다 붙잡힌 김모(34·회사원)씨는 10일 “죽은 택시기사가 밤마다 꿈에 나타나 괴로움과 죄책감으로 정상적으로 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씨 등 사회 선후배 3명은 20대 시절인 1997년 10월 28일 오후 10시10분께 전주시 금암동에서 김모(당시 52)씨가 운전하던 택시에 탄 뒤 흉기로 김씨를 위협해 현금 10만원을 빼앗고 하천에 빠뜨려 살해했다.

이들은 임실군 신평면 오원천에서 김씨를 물에 빠뜨려 익사시켰고, 택시는 전주시 덕진동 삼성문화회관 주차장에서 불에 태웠다.

김씨의 시신은 같은 해 11월 8일 발견됐다.

이들은 범행 후 입을 다물고 살기로 약속했고 이듬 해 모두 군대에 입대했다.

사건은 당시 전주 북부경찰서에서 수사전담반을 설치해 4년여간 수사했지만 미제로 남았다.

김씨 등은 군 제대 후 회사원과 운전기사로 평범한 생활을 했지만 매일같이 꿈에 나타나는 택시기사의 모습과 환청에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김씨는 최근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범행을 실토했으며 이 지인은 회사동료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동료는 살인 사건의 전모를 경찰에 제보했고, 김씨 등은 공소시효 1년을 남겨놓고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의 범행 당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으며 2007년부터 25년으로 늘었다.

경찰은 김씨 등 2명에 대해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2008년 금은방 절도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 공범 박모(34)씨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할 방침이다.

김씨는 경찰에서 “그동안 죄책감에 시달려 밤마다 악몽을 꾸는 등 무척 힘들었다. 자살과 자수까지 생각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경찰이 늦게나마 사건을 해결해줘 고맙다”면서 고개를 떨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