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법개입 의혹’ 원 前국정원장 檢 수사 향방은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과 여론 조작 등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을 출국금지하면서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25일 원 전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 사실 여부조차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았다. 그만큼 정보원장에 대한 출금 조치가 갖는 형사적, 정치적 의미를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원 전 원장과 관련해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은 모두 5건이다. 고소·고발인 주장의 핵심은 원 전 원장이 국가정보원법을 어기고 국내 정치에 불법 개입했다는 것이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원 전 원장이 취임한 2009년 2월부터 올 1월까지 국정원 인트라넷에 게시됐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담은 내부 문건을 최근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원 전 원장이 대선 과정에서 종북좌파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적극 대처할 것을 지시하고 4대강 사업, 세종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이명박 정부의 주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을 주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을 ‘종북좌파’로 규정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 민주노총과 전교조,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이 지난 21일 원 전 원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및 명예훼손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25일에는 전교조가 “이명박 정부 내내 이어진 전교조 탄압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었다”면서 원 전 원장을 직권 남용과 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추가 고발했다. 이에 앞서 19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도 “국정원 여직원의 인터넷 댓글 달기는 원 전 원장의 업무 지시에 기초한 행위로 드러났다”며 원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로서는 이처럼 원 전 원장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원 전 원장의 출국설까지 나돈 상황에서 형식적으로나마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미 “구속 수사”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검찰로서는 형소법 원칙대로 우선 고소·고발인 조사를 통해 원 전 원장의 혐의에 대한 법리 검토를 마친 뒤 원 전 원장 소환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제18대 대통령 선거 공소시효가 오는 6월 19일까지인 데다 검찰 정기 인사가 4월 말로 예정돼 있는 만큼 원 전 원장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 전 원장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24일 미국이 아닌 일본으로 출국하려다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3-03-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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