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에 12억 배상 판결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에 12억 배상 판결

입력 2013-09-12 10:00
수정 2013-09-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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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사·안기부 짜고 재일동포 유학생에 누명 씌워법원 “법치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가혹한 고문과 구타를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하고 억울한 옥살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재일동포와 그 가족에게 정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박평균 부장판사)는 지난 5일 피해자 윤정헌(55)씨와 가족 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총 12억3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무원들이 공권력을 악용해 윤씨의 보편적 자유와 기본적 인권을 조직적으로 침해했다. 이는 법치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일본 교토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의과대학에 편입한 윤씨는 1984년 8월 서울 동숭동 자택 앞에서 동대문경찰서 경찰관이라고 신분을 속인 국군 보안사령부 수사관들에게 강제 연행됐다.

수사관들은 윤씨를 장지동 분실에 가두고 일본에서 북한의 지령을 받아 우리나라에 잠입한 뒤 간첩 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자백을 강요했다.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조작 사건’의 일부였다.

수사관들은 윤씨의 옷을 벗기고 몸을 끈으로 묶은 다음 몽둥이로 마구 때렸다. 수건으로 코를 덮고 물을 붓거나 엘리베이터식 고문기계에 태워 급강하시키기도 했다.

결국 자백을 받아낸 수사관들은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기 전에 검사 앞에서 진술을 번복하고 혐의를 부인할 경우 다시 데려와 고문을 하겠다며 윤씨를 협박했다. 수사기록은 안전기획부 수사관 명의로 작성됐다.

윤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공판에서 불법 구금과 가혹 행위에 따른 허위 자백이었다고 호소했으나 법원조차 윤씨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징역 7년이 확정된 윤씨는 4년간 복역하다가 1988년 가석방으로 출소해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는 지난 2010년 재심을 청구해 누명을 벗은 뒤 국가를 상대로 이번 소송을 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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