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까지 동원…줄줄 새는 어린이집 보조금

차명계좌까지 동원…줄줄 새는 어린이집 보조금

입력 2013-12-23 00:00
수정 2013-12-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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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들 도덕불감증, 관리·감독 부실 맞물려 ‘눈먼 돈’ 전락

소중한 영유아들에게 쓰여야 할 보조금이 일부 어린이집 원장의 도덕불감증과 행정기관의 무관심 속에 줄줄 새고 있다.

23일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최근 특별 단속을 통해 보조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된 어린이집은 전남 15곳, 광주 56곳이었다.

이들 어린이집에서는 인건비, 급식비, 교재비, 행사비 등 국가와 학부모에게서 나온 돈이 무차별적으로 원장들의 배를 채우는 데 쓰였다.

많게는 3억5천만원을 착복한 곳도 있었다. 국립대 병원, 광역·기초 자치단체, 개인 종합병원, 국·사립대 등 ‘믿고 맡긴다’는 직장 어린이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조금을 착복하는 데 차명계좌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빼돌린 돈으로 원장들끼리 결성한 속칭 ‘번호계’에 참여해 곗돈을 부은 원장도 2명 포함됐다.

원장들의 부도덕성은 차치하고 행정기관의 허술한 관리·감독, 제도상의 허점은 총체적인 부실로 이어졌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시·군별 교차점검에서도 어린이집의 비리는 적발되지 않았으며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협조를 구하는 경찰에게 “시·군에 알아보라”며 면박까지 준 것으로 전해졌다.

원생 수에 따라 월 15만~30만원을 지급하도록 한 원장 직책 수당 상한선이 2012년 7월 폐지되면서 30만~100만원까지 원장이 챙길 수 있었다.

가방, 활동복, 앨범, 홈페이지 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업체와 짜고 액수를 부풀렸다가 차액을 돌려받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이집 회계서류 등 작성·보관·점검에 대한 처벌규정은 영유아 보육법에 있지도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나마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만 1천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규정했다.

더욱이 어린이집 인수나 운영에 따른 임대료와 대출금 이자는 기타 운영비 명목으로 지출할 수 있어 인수자들이 거액의 권리금이나 대출금을 부담하고 운영비로 ‘돌려막는’ 사례도 빈번했다.

백동주 전남경찰청 지능범죄팀장은 “출구를 막아놓지 않고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어디에 쓰였는지 관리·감독도 부실하니 비리가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행정기관에 제도 개선 등을 건의하고 다른 어린이집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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