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코리아, ‘납치·살해’ 연출 화보 적절성 논란

맥심코리아, ‘납치·살해’ 연출 화보 적절성 논란

입력 2015-09-04 10:37
수정 2015-09-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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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수준 넘어선 쓰레기” vs “악역배우 김병옥 이미지 맞춘 것” 간행물윤리위 “청소년위해간행물로 볼 수 없어” 결정

맥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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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 ‘맥심 코리아’ 9월호의 여성 납치와 살해 유기 등을 연출한 표지 및 내지 화보들이 국내외에서 성범죄 미화 및 여성 비하 논란을 빚고 있다.

4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맥심 9월호에 실린 문제의 화보들은 ‘The Real Bad Guy’(진짜 나쁜 사내) 문구와 함께 악역 전문 배우 김병옥 씨의 연출 이미지들을 담고 있다.

표지 사진은 김 씨가 담배를 한 손에 든 채 청테이프로 묶인 여성의 다리가 드러난 자동차 뒷 트렁크 옆에 서 있는 장면이다. 이외에도 시신을 담은 듯 연출한 검정 쓰레기봉투를 들고 저수지로 향하는 모습, 자동차 트렁크 속에서 바라본 위협하는 김 씨의 얼굴에 초점을 맞춘 사진 등이 실렸다.

지난달 중순 사진이 공개된 뒤 이를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선 성범죄를 미화한 것이란 거센 반발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맥심코리아 누리집에 댓글을 단 이모 누리꾼은 “연출, 범죄화보란 이름을 붙이면 용납이 되나. 한국의 나쁜 남자는 여자를 강간하고 죽이나보죠”라며 “여성혐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화보를 당당히 표지화보로 사용하는 것은 정말 문제다. 사과하고 전량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맥심코리아는 앞서 이영비 편집장 명의의 공식 입장 표명을 통해 “성범죄를 성 판타지로 미화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나쁜 남자 연출의 구성에 따른 장면들을 보여주려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난 편에 선 누리꾼들은 살해의 피해자를 굳이 여성으로 삼은 점, ‘진짜 나쁜 사내’가 한국 사회에서 의미하는 바를 감안할 때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입장이다. “애초 기획의도에서부터 쓰레기 수준으로, 나름 지명도를 얻어온 남성지에 게재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의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심사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달 28일 맥심코리아 9월호의 청소년위해간행물 결정 여부를 논의했으나 “위해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간행물윤리위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은 표현 의도와 전체적인 맥락 등을 감안해 결정을 내렸으며, 남성 10명, 여성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가운데 결정에 대한 뚜렷한 이견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보를 둘러싼 논란은 국제적으로도 번지면서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언론 허핑턴포스트는 여성면의 주요 기사로 이를 소개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맥심의 미국 본사는 “맥심코리아 화보와 기사가 심히 우려스러우며,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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