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쪽방촌 겨울나기…온기 싹 틔운 ‘무연고자 장례’

혹독한 쪽방촌 겨울나기…온기 싹 틔운 ‘무연고자 장례’

입력 2016-01-21 15:09
수정 2016-01-21 15:0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돈의동 쪽방촌서 시민단체 ‘작은 장례’…따뜻한 추모 발길

매서운 ‘대한’(大寒) 추위가 엄습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모텔촌 뒷골목의 돈의동 쪽방촌은 거주민들이 쪽방에 웅크린 탓인지 인적이 드물어 한기가 더 했다.

사람 한 명 지나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좁은 골목에서 마주친 쪽방 주민 이해완(65)씨는 “겨울에 난방을 틀어주지만 오후 6시부터 아침 7시까지뿐이어서 냉기가 가시지 않는다”고 한겨울 쪽방살이의 고충을 털어놨다.

한 쪽방건물 2층 3호실에 사는 전경천(58)씨는 “다들 고령에 몸 쓰는 일을 하는 데다가 술담배를 끊지 못해 건강이 안 좋다보니 겨울을 넘기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올 겨울만 10명 넘는 쪽방 주민이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황종구(46)씨는 “쪽방촌 거주민은 갑자기 시신으로 발견돼 뒤처리를 하려 해도 가족과 연락이 닿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들 집을 떠난 지 10∼30년가량 됐고 술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어 가족과 헤어진 경우가 많다 보니 가족이 시신을 수습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무연고자의 장례는 별다른 예식 없이 곧바로 화장되는 직장(直葬)으로 치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립승화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숨을 거둔 무연고자의 유해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무연고 추모의 집’에 보관됐다가 10년간 아무도 찾지 않을 경우 화장해 합동 매장된다.

2015년 서울승화원에서 화장된 무연고 시신은 총 335구다. 2013년 285구, 2014년 299구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시민단체들은 이날 돈의동 사랑의쉼터 지하 휴게실에 작지만 특별한 빈소를 차렸다.

고인(故人)은 쪽방촌 주민이었던 김철구(53)씨. 약 12년 전 쪽방촌에 입주한 김 씨는 끝내 끊지 못한 술·담배가 건강을 해쳐 이달 8일 숨을 거뒀다.

돈의동 사랑의쉼터와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차린 빈소에는 이날 주민 30여명이 방문해 김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옅은 미소를 띤 고인의 영정 뒤에는 ‘우리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부디 편히 잠드소서’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영정 오른쪽에는 한과와 과일, 왼쪽에는 곶감과 생율이 가지런히 놓여 간소하게나마 예가 갖춰졌다.

상주를 맡은 한겨레두레협동조합 김상현 이사장이 먼저 분향과 제배를 하면서 향내가 휴게실을 가득 메웠다.

이어 평소 고인과 이웃살이를 하며 정을 나눴던 주민들이 조용히 분향을 이어갔다.

살을 에는 추위에 몸이 떨리던 바깥 날씨와 달리 이곳 휴게실만큼은 삼삼오오 모인 쪽방촌 주민들로 따스한 온기가 감돌았다.

사랑의쉼터 이화순 소장은 “고인은 낯가림이 심하고 술을 마시면 다른 이들과 다툼이 잦았지만 풍채가 좋았고 일도 열심히 잘 했다”고 전했다.

고인을 자주 돌봤던 종로구보건소 방문간호사 최명숙(65)씨도 빈소를 찾아 “술담배를 오래 한 탓에 결국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셨다”며 슬퍼했다.

김씨와 친했다는 쪽방촌 이웃 박동기(62)씨는 “본래 곱고 순했지만 술을 마시면 욱하는 성격이었다”면서 “술 때문에 처자식이 떠나게 됐는데 끝내 관계회복을 못해서 아쉬워 했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빈소에 모인 이들은 돈의동 쪽방촌 ‘작은 장례’의 첫 주인공이 된 김씨가 “마지막 길이나마 외롭지 않게 세상을 떠나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은주 사랑의쉼터 사무국장은 “사설 장례 비용이 비싸다 보니 장례 절차도 없이 재가 됐던 무연고자들에게 앞으로는 쉼터가 간소하게나마 장례를 마련해 존엄을 지켜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동엄마’ 박춘선 서울시의원, 강동구 가래여울변 한강 산책로 조성 이어 자연친화 쉼터 조성 본격화

‘강동엄마’ 박춘선 시의원(강동3, 국민의힘)이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인 지난 21일 미래한강본부 담당자들과 함께 강동구 가래여울 한강변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지난 산책로 조성 이후 변모된 현장을 살피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가래여울 한강변은 상수원보호구역이자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상당 기간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박 의원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주민들이 산책하고 이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해 나가는 중이다. 이날 박 의원은 현장점검에서 새로 교체된 막구조 파고라와 산책로 주변 수목 정비 및 6월 1차 풀베기와 가지치기 작업 상황을 살펴보고, 이어서 7월 중 실시될 2차 풀베기 일정까지 꼼꼼히 챙겨봤다. 박 의원은 관계자들과 함께 장마로 훼손된 잔디와 생태교란식물 제거, 편의시설 보강 등 세부적인 관리 개선책을 논의하며 가래여울 한강변을 “방치된 공간에서 시민들이 사랑하는 쉼터로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적극 행정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이날 현장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두 가지 사업을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7월부터 9월까지는 간이 피크닉장을 조성하여 ▲평의자 4~5개와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고 ▲토사 유출을
thumbnail - ‘강동엄마’ 박춘선 서울시의원, 강동구 가래여울변 한강 산책로 조성 이어 자연친화 쉼터 조성 본격화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