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 불만에 범행” 주장…체포 직전까지 태연

3대 독자인 생후 50일 된 아들을 둔 대구 건설업체 사장이 실종 12일 만에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다.

남편과 아들을 찾아달라고 애타게 호소한 가족의 바람도, 단란했던 3대 가족의 행복도 산산이 부서졌다.

유족은 평소 믿고 의지하던 회사 동료가 범인이라는 소식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단란한 가정에서 웃음을 앗아간 이번 사건을 재구성한다.

◇ 범행

2010년에 설립한 대구의 한 중소 건설업체 사장 김모(48)씨와 전무 조모(44)씨는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오후 거래처 사장 2명과 경북 경산에서 골프 모임을 했다.

라운딩 후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나서 오후 8시 30분께 두 사람은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 대구 수성구 신매동 조씨 집으로 향했다.

김씨는 이미 잠에 빠진 상태였다.

술이 약한 편이 아니고 과음하지도 않았지만, 조씨가 준 숙취해소 음료에 수면제가 들어 있었다.

골프장에서 인근 식당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음료를 받아 마신 김씨는 식사 도중 잠이 들었다.

회식이 끝나고 조씨는 김씨를 차에 태워 자기 집까지 간 뒤 대리기사를 돌려보냈다.

이어 직접 차를 몰아 수성구 가천동에 있는 회사로 향했다. 김씨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오후 9시 30분께 회사 주차장에 도착한 그는 뒷좌석에서 잠든 김씨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트렁크에 옮겨 실었다.

그는 다시 운전대를 잡고 만촌네거리 방향으로 가다가 회사로 되돌아가 김씨 지갑과 휴대전화를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김씨가 혼자 사무실에 들른 것처럼 위장하려는 시도로 경찰은 추정한다.

오후 11시 30분께 시신을 차 트렁크에 둔 채 귀가한 그는 다음 날(9일) 오전 4시 30분께 집을 나섰다.

오전 7시께 대구에서 80여㎞ 떨어진 경북 영천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나무를 심으려 한다”며 삽 한 자루를 빌려 싣고는 인근 야산으로 향했다.

908번 지방도로를 따라 3㎞남짓 올라가다가 멈춰 선 조씨는 시신을 어깨에 둘러메고 20여ｍ 아래 계곡으로 내려갔다.

잠시 숨을 고른 고 땅을 판 뒤 시신에서 옷을 벗겨내고 묻었다.

오전 8시 20분께 주유소에 들른 그는 삽을 돌려주고 대구로 돌아옴으로써 완전범죄를 노렸다.

◇ 체포 후 발뺌 그리고 자백

남편과 아들이 밤새 귀가하지 않자 김씨 가족은 조씨에게 연락해 “어제(8일) 밤 회식을 하고 만촌동 버스정류장 앞에 내려줬다”는 대답을 들었다.

9일 낮 112에 미귀가 신고를 한 김씨 가족이 오후에 인근 만촌지구대로 가 정황을 진술할 때는 조씨도 동행했다.

김씨 가족은 실종 상태가 길어지자 13일 도심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며 행방을 찾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7일 만인 15일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 응하는 가운데 회사와 집을 오가며 평소처럼 행동했다.

체포된 날에도 김씨 부친(82), 건축주 등과 회사 사무실에서 만나 공사 관련 이야기를 하는 등 태연함을 유지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일 승용차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파기하고 다음 날 새벽 경북 영천의 주유소에 들른 사실 등이 확인되면서 유력한 용의자로 굳어졌다.

조씨는 체포되고 나서도 “만촌동 버스정류장 앞에 내려주고 귀가했다”는 종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경북 영천에서 목격된 것 또한 ‘청송으로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우겼다.

체포 후 유치장에서 오른쪽 손목을 물어뜯으며 자해까지 했지만 19일 오후 하루 만에 범행을 시인했다.

“나를 무시하고, 회사 사정이 좋아졌는데도 처우가 개선되지 않아 일을 저질렀다”고 했지만 경찰은 다른 범행 동기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경찰은 20일 오전 그가 진술한 군위군 고로면 야산 계곡을 수색해 알몸으로 묻힌 시신을 찾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