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라… 사기 피해 노인 60% “신고 안 해”

아는 사람이라… 사기 피해 노인 60% “신고 안 해”

입력 2016-09-04 23:10
수정 2016-09-0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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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사소… 귀찮고 창피하기도”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쉬쉬

“우리 노인들한테 사기 치는 것인 줄 알지. 알면서 그냥 가는 거야. ‘떴다방’ 가면 노래도 하고 놀면서 시간 잘 가. 조금 더 비싸게 사지만 하루 재밌게 보내지.”

경기 수원시에 사는 김모(74·여)씨는 지난해 떴다방에서 여러 개의 건강보조식품을 사들였다. ‘이동식’ 떴다방은 무료 공연, 무료 관광, 사은품 등을 내세우며 물건을 파는 곳이다. 자식들은 사기라며 만류했지만, 김씨는 신고를 하기는커녕 여가를 보내는 거라고 맞섰다. 그는 “주변에 나중에 사기인 것을 알고 억울해하는 노인도 있지만 대부분 같은 고장 출신이라서 경찰에 신고는 안 한다”고 말했다. “자식들이 알면 무시하고 화를 내니까 속으로 참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기 피해를 당한 노인 10명 중 6명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주변에 알리지 않고 참고 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추석을 앞두고 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만큼 자녀들이 평소에 잘 챙겨 봐야 한다고 전했다.

4일 동국대 대학원 경찰행정학과 이은주씨의 박사 논문 ‘노인 사기 피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서울·경기 지역 61세 이상 1000명 중 62.9%가 “사기를 당했지만 그냥 참았다”고 답했다. ‘친구나 친척에게 하소연했다’(25.6%), ‘경찰에 신고했다’(5.1%), ‘상담 전화에 도움을 요청했다’(3.9%)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참고 마는 이유로는 ‘피해가 사소해서’가 27.8%로 가장 많았고, ‘범인이 아는 사람이어서’가 21.9%로 뒤를 이었다. 신고하면 귀찮아질 것 같아서(17.4%), 창피해서(14.2%), 어디에 신고하는지 몰라서(12.6%) 등의 답변도 있었다.

떴다방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77.3%(중복 응답)였다. 떴다방 사기 피해 물품은 건강보조식품(35.7%), 생활용품(19.9%), 의료기기(16.8%) 순이었다.

지난달에는 미혼 자녀를 둔 80세 할머니에게 접근해 “수양딸과 결혼시키겠다”고 속여 결혼 준비금 명목으로 520만원을 갈취하는 등 총 5명에게 1000만원을 받아 챙긴 7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6월에는 베트남 커피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온다며 노인들에게 투자금 25억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부산에서 검거되기도 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6-09-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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