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폭염] “밤마다 정전 걱정”…주민들 ‘불안불안’

[최악폭염] “밤마다 정전 걱정”…주민들 ‘불안불안’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8-01 14:10
수정 2018-08-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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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시간대 에어컨 꺼 달라” 아파트 안내방송…동별 순환 정전 예고도

대전 중구 한 아파트에 사는 최모(70·여)씨는 요즘 오전 일찌감치 집을 나서 오후 7시 넘어서야 귀가한다.
‘여차하면 순환 정전’
‘여차하면 순환 정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1일 대전 서구 한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정전 사고 예방 안내글. 왼쪽에는 변압기 부하 관리 지침에 따라 순환 정전을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보인다. 2018.8.1
연합뉴스
무더위를 피해 경로당이나 놀이터 옆 벤치에서 이웃들과 한동안 머물다가 가끔은 저녁 식사까지 함께하고서 집으로 간다.

“요샌 해가 떨어져도 더위가 가시지 않아서 곤욕”이라는 최씨는 “며칠 전엔 거실 바닥이 후끈후끈해 내가 난방을 틀어 놨나 싶어 보일러를 들여다보기도 했다”고 1일 말했다.

하지만 에어컨은 켤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전기세 걱정도 있지만, 최근 들어 오후 8시 무렵이면 나오는 단지 내 방송 영향이 크다.

최씨 말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며칠째 비슷한 내용의 절전 권고 안내를 하고 있다.

‘오후 7시 이후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으니 에어컨이나 세탁기를 꺼 달라’는 부탁이다.

최씨는 “괜히 우리 부부 같은 노인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 볼까 봐 싶어 에어컨을 켜고 싶어도 참고 있다”며 “이런 더위에 정전되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도 크다”고 부연했다.

대전 서구 신갈마로 한 아파트 단지 사정도 비슷하다.

이곳에서도 전력 사용 피크 시간대인 오후 1∼3시와 오후 7∼10시에 전기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주민에게 요청하고 있다.

‘여차하면 동별로 순환 정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예고도 곁들이고 있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해당 아파트 측은 “요즘처럼 냉방기기 사용이 잦은 시기엔 변압기 과부하 우려가 크다”며 “한꺼번에 정전되는 더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를 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볕더위 속에 전력 소비량이 늘면서 실제 전국 곳곳에서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정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9시 30분께 경기도 고양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자체 설비 이상으로 추정되는 문제 때문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580가구 주민은 더위 속에서 2시간 넘게 애를 태웠다.

지난달 27일과 30일에는 고양시 일산서구 아파트에서 정전이 발생해 입주민들이 힘든 밤을 보내기도 했다.

경기 부천과 성남 분당구, 인천 서구, 전남 화순군, 서울 은평구와 노원구 등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규모의 정전이 이어졌다.

한전 관계자는 “변압기나 기중차단기 등 노후한 아파트 자체 설비가 전기 사용량을 감당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했다.

지은 지 20년 이상 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정전사고가 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건축 당시 전력 수요 예측량이 현재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최근 전기가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 고양시나 서울 노원구 아파트는 입주한 지 올해로 25∼28년 지났다.

일산서구 주민 이모(37)씨는 “전기기기 보급이 계속 늘었다는 걸 관리소 측이나 주민협의회 측에서 잘 알았을 텐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이라며 “미리 장비를 교체하거나 보수 공사를 해야 했는데,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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