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정위 고발 없어도 ‘중대 담합’ 수사 가능해져

검찰, 공정위 고발 없어도 ‘중대 담합’ 수사 가능해져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8-21 10:39
수정 2018-08-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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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조절·공급제한 등 시장교란 큰 담합행위가 대상 담합 자진신고 시 형사처벌 감경…법무부·공정위 첫 합의도출

가격 짬짜미나 생산량 조절과 같이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중대한 담합행위가 발생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조치 없이도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유지를 두고 법무부와 공정위가 오랜 기간 권한 다툼을 벌여왔지만, 두 기관이 명시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전속고발제도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의 고발권을 공정위에만 부여한 제도를 말한다. 기업에 대한 고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고발 남용을 막아 기업활동의 위축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공정위가 담합 기업의 형사고발을 면제한 사례 등을 들어 그동안 시민단체 등 사회 일각에서는 전속고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합의안에 따르면 두 기관은 가격담합, 생산량 조절,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중대한 담합 행위(경성담합)의 경우 공정위가 갖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해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바로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대부분 주요 담합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권한을 쥐게 된 셈이다.

다만 이런 경성담합 외에 다른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전속고발제도를 현행처럼 유지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은 담합행위 외에도 ▲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금지 ▲ 기업결합 제한 ▲ 지주회사 행위제한 ▲ 상호출자·순환출자 금지 ▲ 금융지주사 의결권 제한 ▲ 불공정 거래행위 금지 등과 관련한 위법 행위에 대해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부여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외에 유통 3법(유통업법, 가맹법, 대리점법)과 표시광고법, 하도급법 등 다른 공정위 소관 법률은 앞서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전부 또는 일부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법무부와 공정위는 담합행위자가 자진신고했을 때 기존의 행정처분 감경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도 함께 감면해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자진신고자 감경제도(리니언시)가 사실상 무력화 돼 담합행위 적발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를 반영한 조처다.

법무부는 형벌 감면기준을 명확히 해 자진신고자를 보호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리니언시 관련 정보를 두 기관이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제도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담아 연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 장관은 이날 서명식에서 “앞으로 검찰은 중대한 담합에 대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해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의 경쟁 환경을 만들어 기업활동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해 기업을 경영하시는 분들의 걱정과 우려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경성담합 외에는 전속고발제도를 현행처럼 유지하고 공정거래법의 형벌규정을 정비함으로써 자유롭고 정당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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