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상담 전문가’ 윤득형 소장 인터뷰
사람마다 애도 기간·방법 달라
현실 받아들이도록 보호해줘야
참사에 ‘지겹다’는 말 절대 금물
자발적 시민 추모공간 바람직

윤득형 각당복지재단 애도심리상담센터 소장
세월호 유가족의 애도 상담 교육을 맡았던 윤 소장은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유가족이 상실로 인한 슬픔을 마주하고 각자의 방법과 시간으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때”라며 “그러기 위해선 사회가 유가족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유족이 충격과 혼란을 겪는 ‘비탄’의 단계를 지난 뒤 현실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애도의 단계에 들어서는데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대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유족을 더 움츠러들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가 말하는 ‘애도’란 상실로 인한 슬픔을 극복하는 관점이 아니라 죽음을 인정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뜻한다. 사람마다, 죽음의 상황마다 애도의 기간이나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윤 소장의 설명이다.
특히 젊은 나이의 희생자가 많았던 이태원 참사처럼 자녀의 사망과 트라우마가 겹친 경우 유족의 애도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참사에 꼬리표처럼 붙는 ‘지겹다’는 말이 절대 금물인 이유다.
윤 소장은 “성수대교 붕괴 참사의 유족이 참사 5년 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고, 가족이 사망한 지 20년이 지나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며 “사별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겪으며 자신만의 추모 의례를 통해 애도를 하는 과정에는 저마다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기엔 정부와 사회의 지지도 필요하다. 국가 애도 기간을 정하고 분향소를 임의로 설치하는 것보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추모 공간이 진정한 사회적 애도의 방향이라고 봤다.
윤 소장은 “일반 국민이 각자의 방법으로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정부는 추모비나 기억 공간 등 추모 의례의 상징물을 만들고 안산 트라우마센터처럼 정책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2-11-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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