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76%가 강력 사건… 통계 집계조차 하지 않은 경찰

묻지마 범죄 76%가 강력 사건… 통계 집계조차 하지 않은 경찰

홍인기 기자
입력 2023-08-09 02:32
수정 2023-08-09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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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터질 때마다 순찰·단속 강화
중장기적 대응 방안 사실상 없어

강력 처벌 등 강경책 쏟아낼 우려
범죄 예방·정신질환자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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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르는 흉기 난동 사건으로 정부가 ‘묻지마 범죄’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서면서 범죄 예방 대책은 물론 사회적 외톨이나 정신질환자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묻지마 범죄 중 살인·폭행·상해와 같은 강력범죄의 비중이 높은 실정인데도 대책 마련에 꼭 필요한 관련 통계 집계조차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처벌 강화와 같은 강경 대응책만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8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월 통계조차 없던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정의한 뒤 관련 범죄 분석, 통계 수집, 대응책 마련 등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관련 통계를 집계하지 않는 것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정량적 분석보다 사례별·질적 분석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며 “피해자와의 관련성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통계를 개선했고 이를 바탕으로 질적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길거리 흉기 난동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책만 발표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실질적인 예방·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2012년 여의도 흉기 난동 사건 등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범죄 유형별 동기 등에 대한 분석 자료를 담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 관련 통계는 지속적으로 작성·관리되지 않았고, 사례별·질적 연구나 분석 이후 대응 방안 마련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없었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이후에도 정부는 관련 대책을 내놨다. 2012년과 마찬가지로 주요 지역 순찰 강화나 범죄 집중단속 등이 이뤄졌을 뿐 중장기적인 대응 방안은 사실상 없었다. 다만 경찰의 적극적인 입원 조치, 치료명령제 내실화 등 정신질환자 관련 대책이 일부 포함되기는 했다.

정부가 땜질식 처방을 내놓는 동안 묻지마 범죄는 잔혹해졌다. 이날 서울신문이 최근 2년간 묻지마 범죄로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63건을 분석한 결과 주요 혐의가 살인(미수·예비 포함), 폭행(특수·강도 포함), 상해 등 강력범죄인 경우가 48건(76.1%)이나 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강동원)는 지난해 4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70대 시민 2명을 아무 이유 없이 주먹으로 구타한 A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는 사건 당일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에도 날카로운 유리로 60대 택시기사의 손과 얼굴을 여러 차례 찔렀다.

최근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사법기관이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결정하는 ‘사법 입원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경찰력 배치나 처벌 강화만으로는 관련 범죄 예방이나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외톨이에 대한 사회안전망 마련 등 여러 기관의 협력을 통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3-08-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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