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아이들 그림을 ‘작품’으로 만드는 이 사람

희귀질환 아이들 그림을 ‘작품’으로 만드는 이 사람

유규상 기자
유규상 기자
입력 2025-05-25 16:12
수정 2025-05-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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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중증 희귀질환 환아 위한 지원 사업
민들레마음 손유린 대표 인터뷰
스스로를 장미로 표현한, ‘느리’ 인상깊어
병동에서의 ‘괴로움’, 조금이라도 덜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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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극복의 날인 지난 23일 손유린 민들레마음 대표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민들레마음은  2019년부터 7년째 수익금의 반 이상을 중증희귀질환 환아와 가족들을 위해 후원하고 있다. 유규상 기자
희귀질환 극복의 날인 지난 23일 손유린 민들레마음 대표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민들레마음은 2019년부터 7년째 수익금의 반 이상을 중증희귀질환 환아와 가족들을 위해 후원하고 있다. 유규상 기자


“한쪽 다리를 절단한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자신을 장미로 표현한 그림을 건넬 때 ‘비관이 아닌 긍정의 마음으로 이겨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일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입니다.”

희귀질환 극복의 날인 지난 23일, 서울신문과 만난 사회적 기업 ‘민들레마음’의 손유린(34) 대표는 “장기간 입원한 아이들은 눈이나 비를 맞지 못해 계절감도 잃어버린다”며 “아이들이 병동에서도 웃을 수 있게 미약하지만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했다. 손 대표가 운영 중인 민들레마음은 2019년부터 중증희귀질환 환아들이 그린 그림으로 키링·스티커·엽서 등 캐릭터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약 200개의 캐릭터를 발굴·제작한 손 대표는 스스로를 장미로 표현한 그림 ‘느리’를 인상 깊었던 사례로 설명했다. 꽃송이가 얼굴이고, 줄기가 몸통, 가시가 팔다리인 느리 캐릭터는 수술로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아이의 그림에서 탄생했다. 잃은 다리를 가시로 표현한 캐릭터에는 ‘장미는 가시가 있어 아름답다’는 아이의 마음이 담겼다. 손 대표는 “아픔을 예술로 승화한 그림을 보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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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코엑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전시된 민들레마음의 캐릭터 모습. 사회적 기업인 민들레마음은 환아들이 그린 그림을 캐릭터로 제작·판매하고 수익금을 후원해오고 있다. 민들레마음 제공
2022년 12월 코엑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전시된 민들레마음의 캐릭터 모습. 사회적 기업인 민들레마음은 환아들이 그린 그림을 캐릭터로 제작·판매하고 수익금을 후원해오고 있다. 민들레마음 제공


손 대표는 대학 2학년 때인 2018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 나왔던 봉사를 계기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그림 그리기’ 시간을 유독 좋아했던 아이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손 대표는 “아이들의 그림에는 어른들이 표현하기 어려운 희망이나 순수함이 있었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도 제공할 수 있고, 캐릭터 사업으로 수익이 난다면, 그것으로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사업을 이어온 지 7년이 되면서 지난해 기준 연 매출은 약 5억원을 기록했다. 함께하는 병원도 늘어나 현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등 15곳과 협업하고 있다. 직원 7명의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큰 이익을 가져갈 수는 없지만, 제품 판매 수익금의 절반은 어린이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해 쓴다.

손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정서적·교육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병동에서 보내는 시간이 마냥 괴로움과 고통으로만 채워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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