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교, 학부모에 받은 황당 이메일 공개
“영재고 출신…어떤 경우에도 C 받을 수 없는 학생”
“재채점해 학점 안 올리면 법적 조치 검토”

‘서울대 가족’ 차량 스티커. 페이스북 캡처
서울대에서 한 학부모가 조교에게 자녀의 성적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6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울대 게시판에는 ‘성적 클레임(항의)을 학부모가 하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이과 교양과목 조교”라고 밝힌 작성자는 “이메일을 보니 한 학부모가 자기 아이는 절대로 이런 성적을 받을 애가 아니라며 재채점 후 그레이드(등급) 올려달라고 써놨다. 읽으면서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싶은데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전날 한 학부모로부터 받은 이메일 내용을 캡처해 공개했다.
메일에 따르면 학부모는 ‘강좌와 성적 평가를 이렇게 엉터리로 운영하면 어쩌라는 거냐’는 제목의 글에서 “아이 성적을 함께 확인해보고 C가 적혀있는 것을 보고 통탄을 금치 못하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에 대해 “영재고를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대학 과정에서의 수학, 물리학 등에 탁월하게 통달한 상태”라며 “어떤 경우에서라도 상대평가에서 C를 받을 학생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단한 서울대학의 성적 평가 방식이 참으로 엉터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특히 이 과목은 조교가 채점하는 과목이라고 하는데 당신은 조교이지 교수가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저는 당신이 채점한 결과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좌를 진행하는 교수가 직접 재채점을 진행해서 아이가 받을만한 학점을 부과하도록 하라”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조교는 “일단 해당 학생에게 그쪽 부모가 이런 메일을 보냈으니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조치 취하라고 메일 보내두긴 했는데 어질어질하다”고 토로했다.
조교는 이후 “교수님께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로 전달했다”며 “교수님은 성적 처리에 문제가 없었다고 보시고 그냥 무시하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학생 답안지를 스캔해 부모님께 보내드렸다”며 상황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해당 글에 다른 서울대 재학생들은 “학부모가 자식 성적 항의한다는 얘기 들어보긴 했는데 실화였네”라며 경악하는 한편 “저 학부모에 자란 학생도 참 괴롭겠다”며 동정을 표하기도 했다.

한 대학교 게시판에 뜬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다른 대학에서도 특히 신입생 첫 성적이 발표되면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까지 찾아와 성적을 고쳐달라고 떼를 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3년에는 한 대학교 게시판에 ‘학사 관련 문의는 학부모님이 아닌 본인이 직접 해주세요’라는 문구가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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