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상 측정 안되자 기소…1심은 “일시 호흡 원활하지 않아” 무죄
음주측정기에 불충분한 바람을 불어넣는 방법으로 경찰관의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대구지법 제3형사부(부장 김형한)는 11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전에 폐와 관련된 질병으로 통원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사건 당시 및 수사기관에서 폐가 정상적이지 않아 음주측정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하지도 않았다”며 “본인이 병원에서 받은 소견서만으로 피고인 주장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숨이 막혀서 잘 불리지 않는다’거나 ‘지금 숨이 안 나온다’는 말을 하며 호흡측정 어려움을 호소한 사실이 있고 사건 1주일여 뒤 병원 폐 기능 검사에서도 폐활량이 정상치보다 낮게 나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사건 당시 일시적으로 호흡이 원활하지 않거나 폐활량이 감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4년 10월 10일 오후 10시 51분쯤 대구 한 도로에서 경찰관의 음주 운전 단속을 받았다. 경찰관은 당시 술 냄새가 나고 A씨가 몸을 비틀거리며 말을 더듬거린 점 등으로 미뤄 음주 운전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음주측정 과정에서 발생했다. 30여분 동안 수차례 호흡측정기를 이용해 음주측정을 시도했지만, 입김을 분 시간이 짧아 정상적인 측정이 불가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찰과 운전자 사이에 감정적인 대립도 있었다.
경찰관은 A씨가 고의로 음주측정을 회피한 것으로 보고 교통단속 처리 지침에 따라 최초 음주측정 시작 시점에서 30분이 지나자 음주측정 거부죄가 성립됐다고 고지했다. 운전자가 혈액 채취에 의한 측정을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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