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홀하기 쉬운 치아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홀하기 쉬운 치아

입력 2013-04-22 00:00
수정 201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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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나 자식이 그럴까요. 세상에는 너무 가까이 있거나 아니면 너무 흔해서 귀한 줄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이 많습니다. 치아가 그렇습니다. 상황으로만 보자면 제가 누구에게 치아 건강이 중요하다고 말할 계제가 못 됩니다. 오래 전부터 시작된 치아와의 불화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의 길고 힘겨운 체험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제 치부를 들추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치아의 문제를 달고 사는 건 아닙니다. 멀쩡하다가 한번 사달이 벌어지면 어떨 때는 볼때기가 퉁퉁 부어오르기도 하고, 잇몸이 들떠서 음식을 씹지 못하기도 합니다. 충치 때문에 몇날씩 잠을 못 자 “정말 환장하겠네. 당장 이걸 빼버려야지” 하고 벼르다가도 다음 날 고통이 좀 누그러지면 “어, 이러다 좋아지는 거 아닐까” 하는 황당한 기대로 치과 가는 일을 미루곤 했지요. 치과도 숱하게 들락거렸습니다. 아, 하고 입속을 들여다보면 그냥 충치 구멍을 떼운 게 하나, 덧씌운게 넷이고, 벌써 서너 주째 잇몸이 부은 건 충치가 생겨 빼낸 사랑니 앞 어금니 쪽에 문제가 생긴 탓입니다.

어려서는 칫솔 대신 소금으로 이를 닦았습니다. 손가락에 굵은 소금을 찍어 이를 문질러대곤 했는데, 이를 닦는다기보다 용의검사에서 걸리지 않기 위해 시늉만 낸 거지요. 게다가 손가락의 기능적 특성상 위아래로 쓸어닦기는 애당초 불가능해 제대로 이를 닦을 수가 없지요. 지금, 가만 이를 들여다 보면 잇몸이 좀 주저앉은 이가 한층 건충해 보입니다. 하기야 평생을 가로닦기로 일관한 그 대책 없는 손가락질, 칫솔질을 이 잇몸이 그나마 오래 견뎌준 셈이지요. 잇몸이 부어 오늘 아침도 건성으로 때웠습니다. 이 나이 되도록 생각 없이 치아를 방치했던 일 후회합니다. ‘설마’하는 안일함도 없지 않았고, 항상, 그리고 너무 가까이 있어 귀한 줄 몰랐던 탓이기도 하지요. 어디 치아만 그렇겠습니까. 눈, 코, 귀가 다 그렇지요. 귀찮더라도 건강하게 살려면 너무 가까이 있어 더 잘 잊혀지는 것들 좀 챙기면서 사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jeshim@seoul.co.kr



2013-04-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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