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가슴 성형 신중해야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가슴 성형 신중해야

입력 2013-10-14 00:00
수정 201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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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이 갖는 상징성은 생각보다 큽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갓 태어난 아기가 젖을 빨며 생명을 유지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때의 유방은 ‘생명줄’의 역할을 하지요. 그러나 유방이 ‘젖통’ 구실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기는 젖을 빨며 엄마, 또 엄마로 상징되는 세상과 부단히 교류하고 소통합니다. 그렇게 보면 유방은 한 생명을 실체로 존재하게 하는 실존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지금이야 관음(觀淫)에 대한 경계심이 워낙 과민해 가슴을 여미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원초적 모성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예전에는 달랐습니다. 여성의 노출을 죄악시했으면서도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습니다. 바로 아기에게 젖을 물릴 때에 한해 여성의 유방 노출을 용인했다는 사실입니다.

유방의 또 다른 상징성은 성적인 기호(記號)입니다. 확대니, 축소니 하는 소위 유방 성형도 이런 사회적 기호나 언어로서의 유방을 의식한 결과일 것입니다. 사람들 눈길이 부담스럽다며 큰 유방을 줄이는 것도, 아예 눈길조차 못 끄는 게 속상하다며 작은 유방을 키우는 것도 다 이런 성적 기호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고 유방이 성적 유희의 도구로만 작용하는 건 아니지요. 늙은 할아버지가 세파를 헤쳐 오느라 쪼그라든 아내의 젖가슴을 보며 애잔해하는 것은 성욕과는 전혀 다른 인간적 일체감의 발현입니다.

요즘 암 때문에 유방을 잃는 여성이 적지 않습니다. 큰 상실이지요. 그러나 필요는 창조를 낳아 이번에는 유방재건술이 생겨 암 때문에 유방을 포기해야 했던 여성의 상실감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감쪽같이 재건하고, 복원해도 인간은 원형에 대한 미련을 갖기 마련입니다. 원형의 관점에서 보자면 외형만큼 기능도 무시할 수 없는데, 그렇다고 보면 오로지 지금의 생각만으로 함부로 가슴을 키우거나 줄이는 시도로 충족될 수 없는 또 다른 욕구를 낳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의학적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면 다른 얘기지만 생각 없이 가슴을 고쳐 원형을 훼손하는 일, 다시 생각해 볼 문제 아닐까요.

jeshim@seoul.co.kr

2013-10-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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