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치다 다퉜다”…농약사이다 사건 피해할머니 첫 법정증언

“화투치다 다퉜다”…농약사이다 사건 피해할머니 첫 법정증언

입력 2015-12-09 01:53
수정 2015-12-09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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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 냉장고서 사이다 꺼낸 적 없어”…피고인 주장 반박

“눈을 뜨니 앞에서 아들, 딸이 울고 있고 병원에 누워 있더라”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인 민모(84) 할머니는 8일 대구지법 11호 법정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국민참여재판 이틀째인 이날 민 할머니와 사건 발생 뒤 현장을 목격한 마을 주민 등 7명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 사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증인 중 6번째 순서였던 민 할머니는 오후 11시를 넘겨 법정에 나와 상황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민 할머니 심리 상태를 고려해 아들과 함께 증인석에 앉도록 했다.

보청기를 낀 까닭에 검찰과 변호인단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자 아들이 대신 질문을 받아 할머니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신문은 이뤄졌다.

민 할머니는 “사건 당시 사이다 안에 뭐가 있는지 알았냐”는 검찰 측 질문에 “병원 갔다오니 농약이 들어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피고인은 민 할머니가 농약이 든 사이다를 냉장고에서 꺼냈다고 주장한다”고 말하자 “에잇 난 사이다 먹으면 나만 꺼내서 먹지 남 안줘여. 술도 남 안줘여. 먹기 싫은거 왜 줘여. (박 할머니 말은) 거짓이다”고 했다.

이어 변호인 측이 반대 신문에 나섰다. “사건 전날 박 할머니와 화투놀이 때문에 다툰적 있느냐”고 묻자 민 할머니는 “그렇다”고 말했다.

또 “다투면서 화투패를 던진 적은 없었죠”라는 질문에는 “화투판을 밀기만 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증인 모두가 피고인 박 할머니와 같은 시골마을에 살고, 방청석에 박 할머니 가족들이 참관 중인 것 등을 감안해 증인석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이 때문에 농약이 든 사이다를 마신 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민 할머니와 녹색 수의를 입은 채 피고인석 바닥에 앉아있던 박 할머니는 서로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서로 알고 지냈던 피고와 그 가족 등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증인들이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가림막 설치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이틀째 참여재판은 서류 증거 자료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단의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증인신문은 예정보다 6시간여 늦은 오후 5시 40분부터 시작됐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증인 신문에서 사건 당시 사이다병 뚜껑이 닫혀 있었는지와 피고인이 사건 발생뒤 50여분 동안 신고를 안했는지 등의 질문을 놓고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날 재판은 증거 및 증인 신문 등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의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진 탓에 자정을 넘겨 마무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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