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원정 도박부터 구명 로비 시도까지… 정운호 사건의 실체는

[현장 블로그] 원정 도박부터 구명 로비 시도까지… 정운호 사건의 실체는

입력 2016-04-26 23:02
수정 2016-04-2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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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법조계의 핫이슈는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변호사 폭행 의혹입니다.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 대표가 고액의 변호사 수임료 문제를 놓고 자신의 변호사와 다툼을 벌인 겁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툼의 발단은 지난 15일 정 대표가 자신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던 A(46·여)변호사를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정 대표는 서울구치소에서 A변호사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20억원의 수임료 반환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A변호사는 손목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정 대표 측은 “A변호사가 보석을 조건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요구했는데, 보석을 받아 내는 데 실패했으니 당연히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A변호사는 항소심이 진행 중인 3월 초 사임계를 제출했습니다. 정 대표의 변호인은 한 유명 로펌 변호사 B(50)씨로 바뀝니다. 하지만 정 대표는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면치 못했습니다.

A변호사는 “20억원의 대부분은 총 24명의 변호인단을 꾸리는 데 쓰여졌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 금액은 정 대표의 원정도박뿐 아니라 교도소 내 폭행 사건 등을 무마하는 데도 쓰였다고 주장합니다.

오히려 A변호사는 정 대표가 현직 부장판사와의 인맥을 이용해 재판부에 접근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A변호사 측은 “정 대표의 친척이 지난 24일 우리 사무실을 방문해 변호인 교체와 폭행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며 “정 대표는 친분이 있는 한 현직 부장판사를 통해 재판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습니다.

●인맥 통해 재판부에 영향력 행사 정황

해당 부장판사는 딸이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하는 미인대회에서 입상한 뒤 정 대표와 ‘호형호제’하는 관계라는 게 A변호사 측의 말입니다. 실제로 정 대표 측이 법조계 인맥을 통해 재판부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는 정황이 일부 나오고 있습니다.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부가 당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에서 형사항소5부로 변경됐는데, 법원 관계자는 “형사항소4부 재판부가 ‘정 대표의 지인으로부터 해당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며 재배당을 요구함에 따라 취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법조인들 “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법조인들은 “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을 합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형사사건 성공보수금에 대해 “무효”라고 선고했지만, 2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성공보수가 여전히 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서울 지역 부장판사는 “거액을 쓰면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기는 풍조가 여전하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 측은 이날 서울지방변호사회에 A변호사 수임에 대한 진상조사를 의뢰했습니다. A변호사 측은 “얼마든지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변호사업계의 자정 작용이 제대로 작동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6-04-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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