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연합뉴스
대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가수 조영남씨가 3일 오전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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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대작 의혹으로 검찰이 조 씨의 집 등을 압수 수색을 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검찰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자신이 직접 전통방식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강조한 조영남 씨가 사실은 미술을 전공한 화가 등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경미한 덧칠만 한 뒤 그림에 서명해 마치 자신이 그린 것처럼 판매한 이번 사건이 범죄 행위라고 판단해 지난 4월 중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달 16일 조 씨의 소속사 사무실을 비롯해 갤러리 3곳을 1차로 압수 수색을 한 검찰은 같은 달 24일 갤러리 4곳을 추가 압수 수색하고 확보한 그림 판매내역과 계좌추적, 문자메시지 분석 등을 통해 대작 그림에 대한 피해자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포함해 총 35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인 검찰은 조 씨와 조 씨의 매니저 장모 씨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은 유명 연예인인 조영남 씨의 사기행위에 대한 수사이지 미술계에서 활용하는 작품제작 방식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조 씨와 조 씨의 소속사 대표이자 매니저인 장모(45)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씨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월 중순까지 송모(61) 씨 등 대작 화가에게 점당 10만 원에 주문한 그림에 경미한 덧칠 작업을 거친 뒤 호당 30만∼50만 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1호는 엽서 크기다.
20호짜리 대작 그림은 600만∼1000만원에 판매한 셈이다.
검찰 조사결과 조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17명에게서 21점의 대작 그림을 팔아 1억 53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의 매니저도 지난해 9월부터 지난 4월 초까지 대작 범행에 가담해 3명에게 대작 그림 5점을 팔아 2680여만 원을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결국 조 씨는 26점의 대작 그림을 1억 8350여만 원에 판매한 셈이다.
이 중 대작 화가 송 씨가 24점을 그렸고 나머지 2점은 다른 대작 화가가 그린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는 대작 화가에게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해 임의로 그리게 했으며, 자신의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표현하도록 하거나 자신의 회화를 똑같이 그리도록 주문하는 방법으로 대작 그림을 제작했다.
한 예로 조 씨의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표현한 ‘극동에서 온 꽃’은 10호 크기로, 조 씨는 송 씨가 그린 이 그림에 약간의 변형과 덧칠, 사인한 것이 전부라고 검찰은 밝혔다.
조 씨는 이와 똑같은 그림을 수십 점 그리게 하고 서명 부분 등을 조금씩 변형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가에 판매된 ‘병마용갱’ 또한 송 씨가 완성된 그림을 그려 전달했고 조 씨는 우측 하단의 바둑판과 가운데 비광에 우산을 그려 넣고 화투 부분의 ‘광(光)’자와 ‘청단’, ‘홍단’의 글자를 수정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조 씨가 판매한 대작 그림은 모두 33점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나머지 7점은 피해자가 확인되지 않아 공소사실에서는 제외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공사사실에서 제외한 그림까지 합치면 전체 피해 금액은 2억원이 넘을 것으로 검찰은 추산했다.
검찰은 대작 그림이 대작 화가 송 씨 진술대로 200∼300여 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2년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12개의 갤러리에서 83점의 작품이 판매 목적으로 전시됐고, 조 씨 집에 150점과 하동군 갤러리 카페에 10점을 각각 보유한 점을 고려할 때 송 씨의 주장이 사실에 가깝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여기다 송 씨 이외에 또 다른 대작 화가가 완성한 작품도 29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조 씨에게서 그림을 주문받은 대작 화가가 독자적으로 그림을 완성한 만큼 조 씨의 조수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예술 작품 저작권 분쟁 관련한 판례를 참고했다.
판례에는 요구되는 기술, 작업 장소, 재료의 선택권, 작업 방식의 통제권한, 고용 관계 등 13가지 항목이 제기됐는데, 조 씨의 제작 방법은 일반적인 조수 고용 방식과는 다르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즉 조씨가 대작 의혹을 받은 그림의 저작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조 씨가 평소 자신을 화가로 지칭하며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직접 그림을 그린다고 말한 점, 전통 회화 방식의 미술작품 구매에 있어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는 계약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대작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무엇보다 “대작 사실을 알았다면 그림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피해자의 진술도 조 씨의 사기죄 적용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검찰은 “조 씨가 다수의 대작 그림을 고가에 판매하는 상황을 인지해 잠재적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이 사건은 유명 연예인의 사기 범행 수사이자, 일탈의 정도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 수사에 대해 검찰은 “향후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으나 적극적인 수사로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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