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공정성’ 등 안건 2건 직권상정
‘이재명 상고심 논란‘ 채택 불발… 사법부, 민주 공세에 반기 들까
연합뉴스
오는 26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재판 독립 침해 우려·공정성 준수’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 대법관 증원 등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사법부 독립’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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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을 계기로 오는 26일 열리는 전국 판사들의 회의 기구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재판 독립 침해 우려’ 등을 안건으로 논의한다.
민주당이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 대법관 증원 등을 추진하자 판사들 사이에서 ‘사법부 독립’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법관회의에서 과반 이상 판사들의 의견이 모일 경우 민주당의 사법부 공세에 반대하는 전국 법관들의 공개적인 목소리가 나올 전망이다.
법관회의는 의장인 김예영(50·사법연수원 30기)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제안한 총 2건의 안건이 상정됐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안건은 오는 26일 오전 열리는 법관회의에서 논의 후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첫 번째 안건은 ‘민주국가에서 재판 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바탕인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는 내용이다.
또 ‘법관회의는 향후 ‘사법 신뢰 및 법관윤리 분과위원회’를 통해 이번 사태의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며 대책을 논의한다’는 사항도 포함됐다.
두 번째 안건은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의 변경이 재판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게 요지다.
두 안건은 김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관회의에는 구성원 5명 이상이 동의한 안건, 의장이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안건 등이 직권으로 상정될 수 있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통지된 안건 외에도 발의된 안건들이 있었으나 요건을 갖추지 않아 공식 상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법관회의는 당초 대법원의 이 후보 판결을 두고 일부 판사가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비판하며 회의 소집을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유례없는 국회 청문회를 추진하자 법관회의 소집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아졌다. 법관회의 소집을 위한 비공식 투표에서는 한 차례 투표 마감 시한을 연장한 끝에 소집 요구를 위한 정족수(26표)를 채울 수 있었다. 소집에 반대하는 의견도 70표 가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특검법, 대법관 증원,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 등을 추진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자 판사들 사이에서는 대법원의 이 후보 사건 판결보다는 민주당의 공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짙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대표들이 법관회의에서 대법원의 이 후보 사건 판결을 비판하거나 조 대법원장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을 낼 경우 민주당의 공세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안건에는 대법원의 이 후보 사건 판결은 다루지 않고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김 의장은 “개별 재판과 절차 진행에 대한 의견 표명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건에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도 함께 언급함으로써 대법원 판결에 대한 법원 내부의 비판적 시각도 일부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년 임기로 선출돼 올해 연임한 김 의장은 인권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진보적 성향으로 알려졌다.
전국 65곳 법원의 판사 126명이 모인 법관회의는 구성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안건은 출석 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법관회의 소집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기에 안건 자체가 부결될 수도 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대법원 판결보다는 민주당의 공격에 대해 더 거부감을 갖는 판사가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법관회의 소집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던 터라 안건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2025-05-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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