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이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정상이다. 제주와 FC서울이 프로축구 K-리그 ‘챔프’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벌인 것이 지난 2000년이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자면 그때는 전신이었던 부천 SK와 안양 LG였다. 전통을 이어받긴 했지만 새 옷으로 갈아입은 팀들이다. 새롭기는 사령탑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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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 서울의 넬로 빙가다(왼쪽) 감독과 제주의 박경훈 감독이 2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뒤 우승 트로피에 손을 얹은 채 유쾌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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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 서울의 넬로 빙가다(왼쪽) 감독과 제주의 박경훈 감독이 2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뒤 우승 트로피에 손을 얹은 채 유쾌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박경훈(49) 감독과 서울 넬로 빙가다(57) 감독. 올해 각각 두 팀을 새로 맡았다. 둘은 K-리그의 ‘지존’ 자리를 놓고 새달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챔프전 1차전을, 나흘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차전을 이끈다. 29일 서울 신문로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회의실. 챔프전에서 처음 만난 두 사령탑의 설전은 뜨거웠다.
빙가다 감독이 앞에 놓인 트로피를 먼저 덥석 잡아 들고 브이(V) 자 사인을 만들어 보이자 박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주먹이 가위를 이기죠.”라고 즉각 맞받아쳤다. 이어 빙가다 감독이 “제주의 챔프전 진출을 축하한다. 나올 만한 팀이다.”면서 “제주는 팀으로서 색이 아주 뚜렷하다. 딱히 키 플레이어를 꼽기보다는 서울처럼 팀 전체가 강하다.”고 칭찬을 건넸다. 박 감독도 “명문 서울과 맞대결을 펼치게 돼 영광이다. 올해 목표였던 6강을 뛰어넘어 이미 챔프전까지 왔다. ‘즐기는 도전’으로 팬들에게 감동이 있는 축구를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잠시 동안의 덕담은 곧 가시 돋친 설전으로 되돌아갔다. 빙가다 감독은 “서울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해야 이길 수 있는 팀이다. 명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면서 “다만 제주경기장이 서울처럼 만석이 돼 모든 축구 팬이 즐길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홈경기조차 관중 수가 많지 않은 제주를 겨냥한 말. 박 감독도 “나이로는 빙가다 감독이 위지만 팀 역사로 보면 제주가 위다. 10년 전엔 제주가 양보했으니 이번엔 동생인 서울이 양보해라.”라고 맞섰다.
설전이 끝날 무렵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할 때도 빙가다 감독은 먼저 우승 트로피 받침대를 박 감독 쪽으로 밀며 “트로피는 우리 팀이 가져갈 테니 제주는 받침대만 가져가라.”고 말했고, 박 감독은 질세라 “진짜 우승하면 이렇게 우승컵을 들어 올려야 한다.”면서 트로피를 빼앗아 번쩍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10-11-3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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