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한국, 가격 경쟁력도 日에 뒤져… 신흥국 수출 타격

‘샌드위치’ 한국, 가격 경쟁력도 日에 뒤져… 신흥국 수출 타격

이유미 기자
입력 2015-09-17 23:18
수정 2015-09-1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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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한국’ 위기 가속화

한국과 일본의 주요 수출업종에서 근로자 평균 임금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업종에 따라선 여전히 일본이 우위를 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본이 엔저와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에 힘입어 임금과 가격 경쟁력 부문에서 한국을 서서히 추월하고 있는 흐름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제조업 부문에서 저렴한 인건비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는 중국과 기술력에서 한국보다 한발 앞서 있는 일본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인 우리나라가 이제는 원가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잃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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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환율 요인을 감안해 국가 간 임금 격차를 좀 더 객관적으로 비교하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구매력평가지수(PPP) 환율을 적용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PPP 환율은 달러당 857.26원, 일본은 달러당 105.27엔이다. PPP 환율을 반영하면 우리나라 조선업종의 평균 연봉은 8만 5587달러로 일본(5만 9181달러)보다 훨씬 높다.

한·일 임금이 역전된 데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영향이 컸다.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실질임금이 되레 줄었거나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과거처럼 두 자릿수는 아니어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 오면서 실질임금도 꾸준히 올랐다. 여기에 ‘엔저-원고’(엔화 약세, 원화 강세)까지 가세하면서 우리나라 임금이 더 강세를 보인 것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발간한 ‘2014 임금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말 한국 근로자(풀타임 기준)의 구매력 기준 평균 임금은 3만 6354달러로 일본(3만 5405달러)보다 높다. 명목임금은 아직 일본(4만 798달러)이 우리(3만 99달러)보다 크게 앞서 있지만 물가 수준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2013년 일본을 처음 앞질렀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기업은 임금 상승보다 실적 개선을 우위에 뒀지만 우리나라는 실적이 부진해도 임금을 올려주다 보니 대기업 정규직 임금 수준이 일본을 추월하게 됐다”며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시장에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최근 노사정 대타협으로 우리나라 노동시장도 유연성 확보에 ‘물꼬’가 트였지만 수출시장에서 일본은 ‘엔저 날개’를 달고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 나가고 있다. 코트라가 올해 3월 발표한 ‘엔저 장기화에 따른 일본 기업 동향 및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엔저 이후 2012년 대비 2014년 수출 규모가 63조 7000억엔에서 73조 1000억엔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흥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추세다. 자동차의 경우 우리나라의 브라질 수출 물량은 2012년 10억 5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5억 4000만 달러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러시아(31억 달러→24억 달러), 멕시코(6억 6000만 달러→4억 7000만 달러) 등에서도 감소세를 보였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엔저 이후 일본 기업들은 사내 유보금을 늘리며 소극적인 경영을 펼쳤지만 최근엔 이를 재원으로 활용해 마케팅이나 연구·개발(R&D) 비용에 투입하고 있다”며 엔저 효과가 갈수록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가 대표적이다. 도요타는 올해 자동차 판매 목표를 1015만대로 설정해다. 지난해(1022만대)보다 줄어든 수치다. 대신 신흥국을 대상으로 전략차 개발 R&D 비용을 늘리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수출 동력 회복을 위해 ‘비가격 경쟁력’을 제시한다. 기술 개발을 통해 품질로 차별화하라는 얘기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원천기술 확보, 독자 브랜드 구축 등 제품 차별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이나 제품 출고 가격 변화에 관계없이 시장 점유율을 지킬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R&D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세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5-09-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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