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감나무 새순들/정진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감나무 새순들/정진규

입력 2017-03-10 17:52
수정 2017-03-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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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엽 마음풍경II
전준엽 마음풍경II 72.7㎝×53㎝, 캔버스에 혼합재료
중앙대 회화과 졸업, 1997년 청작미술상 수상, 성곡미술관 학예실장.
눈 뜨는 감나무 새순들이 위험하다 알고 보면 그 밀고 나오는 힘이 억만 톤쯤 된다는 것인데 아기를 낳는 여자, 그 죽음 직전, 직전의 직전까지 닿아 있는 힘과 같다는 것인데 햇살 속에 반짝이는 저 몸짓들이 왜 저리 연하디연할까 다를 게 없다 가장 힘센 것은 가장 여린 것을 겨우 만들어낸다 억만 톤의 힘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처음부터라야 완벽하다 위험하다

억만 톤의 힘은 모두 ‘처음’에서 비롯되는 것. 우리의 삶이 완벽한 이유도 순간순간이 모두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처음 본 날 나는 더없이 위험해졌습니다. 영혼에서부터 솟구친 억만 톤의 힘이 내 마음의 싹을 밀어 올렸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향해 자라나는 초록들 속에서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그 연하디연한 것들이 내 삶을 조종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감나무 새순을 보며 서둘러 나는 연시 두 개를 꺼내 들고 당신의 방문을 두드릴 날을 생각합니다. 그날에는, 진정 군불 도는 어느 아랫목을 오래 지키며 그 따스함과 주고받는 눈빛과 문틈 사이로 새나가는 말소리 전부가 기꺼이 세상의 처음을 살아낸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그리고 나지막이 고백할 것입니다. 순하디순한 마음과 착한 당신이 나의 주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죽음 직전에 뿜어져 나온다는 억만 톤의 힘으로 우리가 만났다는 것을 말입니다.

신용목 시인
2017-03-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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