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애모/김소월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애모/김소월

입력 2021-05-13 20:52
수정 2021-05-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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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모/김소월

왜 아니 오시나요
영창에는 달빛, 매화꽃에
그림자는 산란히 휘젓는데
아이, 눈 깍 감고 요대로 잠을 들자

저 멀리 들리는 것
봄철의 밀물 소리
물나라의 영롱한 구중궁궐, 궁궐의 오요한 곳


잠 못 드는 용녀의 춤과 노래,
봄철의 밀물 소리


어두운 가슴 속의 구석구석
환연한 거울 속에 봄 구름 잠긴 곳에
소슬비 나리며 달무리 둘려라
이대도록 왜 아니 오시나요
왜 아니 오시나요


순정이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겨울 동천강에서 처음 만난 비둘기에게 붙여 준 이름이다. 순정이는 몸이 하얗다. 이곳 사십여 비둘기 중 유일하다. 이유 없이 순정이가 예뻐 그 주위에 귀리를 뿌려 주곤 했다. 백석은 쩔쩔 끓는 귀리차를 좋아했다. 귀리를 먹고 순정이가 구구구 시적인 노래를 부르면 오월 하늘의 연둣빛 구름이 좋아할 것이다. 순정이가 닷새째 보이지 않는다. 왜 아니 오시나요? 강물 위에 이팝나무 꽃 그림자 흔들리는데. 아이 눈 깍 감고 요대로 잠이 들까? 세월이 흐르면 알 것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당신은 기다린다. 나도 기다린다. 세상은 온통 기다림투성이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살아간다.

곽재구 시인

2021-05-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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