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도하는 모습 연출 가능성도…때아닌 ‘무슬림 대통령’ 논란에 주목
’무슬림’으로 의심받곤 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방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이 매체는 바티칸 교황청과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일반적 수준에서 자신의 신앙과 윤리적 가치 등을 언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 경우 23일 백악관 앞마당에서 열리는 교황 환영 행사에 두 정상이 함께 섰을 때나 이 행사를 마친 뒤 양자 회동 등이 적절한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교황의 방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짧고 애매한’ 말로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언급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예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신앙이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미 대선 경선레이스에서 벌어진 ‘무슬림 대통령’ 논란 때문이다.
공화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7일 한 유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외국에서 태어난 무슬림”이라는 지지자들의 주장을 바로잡지 않고 “맞다”고 동조하며 오바마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이어 공화당 경선주자로 신경외과 의사 출신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벤 카슨이 20일 CNN 방송에 출연, 무슬림 대통령 가능성을 묻는 말에 “나는 무슬림에게 나라를 맡기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절대로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이러한 잇단 발언은 미 대선판에 때아닌 ‘무슬림 대통령’ 논쟁을 일으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종종 자신이 무슬림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2011년 자신은 기독교인이며 1961년 하와이에서 태어났다고 출생증명서를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조상에는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모두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중 양쪽 집회에 모두 참석했다.
가톨릭과의 인연은 대통령이 되기 전 시카고에서 했던 빈민운동에서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가톨릭의 ‘사회정의’ 운동에 영향받아 이 운동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 내 가톨릭 주교들이 산아제한과 관련한 오바마케어의 조항에 반대했을 때 교회와 긴장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미 때 두 정상은 주로 시리아 학살이나 기후변화 등 지정학적 문제나, 의견이 같은 이민문제와 사법개혁 등을 놓고 대화를 나눌 전망이다. 함께 기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서로 의견이 다른 부문인 낙태나 동성애 문제 등을 놓고도 조심스레 견해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해 3월 바티칸에서 회동한 바 있다. 당시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신의 저서인 ‘신앙의 기쁨’을 선물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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