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얼간이’ 공격에 ‘후지다’ 되받으며 4시간 트위터 설전
미국 민주당 내 대표적인 진보 인사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저격수’로 급부상하고 있다.트럼프의 ‘막말’ 공세를 속시원한 ‘돌직구’로 받아치는 워런이 트럼프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빈틈’을 채워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공화당은 경선 기간 내내 트럼프의 약한 곳을 찾으려 애썼으나 실패했는데, 워런 의원은 해답을 찾은 것 같다”며 “워런이 이번 싸움에서 중요한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워런 의원이 트럼프 저격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것은 지난 주말 트럼프와의 ‘트위터 대첩’을 통해서다.
트럼프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부패한 힐러리가 얼간이(goofy) 엘리자베스 워런을 러닝메이트로 택했으면 좋겠다. 둘 다 이겨버리겠다”고 썼다.
곧이어 트럼프는 “엘리자베스 워런이 정말 네이티브 미국인인지 한번 확인해보자. 난 사기꾼이라고 본다”며 워런 의원의 체로키 인디언 혈통 주장을 걸고넘어졌다.
워런 의원은 곧바로 반격하고 나섰다.
워런 의원은 트위터에 “얼간이?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이 붙인 것치고는 꽤 후진(lame) 별명이다. 약하다”고 되받아쳤다.
이어 “트럼프 같은 사람들이 오바마의 출생을 갖고 논란을 일으켰을 때 어떻게 됐는지 이미 봤다. 대패했다. 미국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다”고 출생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2012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워런 의원의 출생을 문제 삼았던) 스콧 브라운의 가족 공격을 재활용하면 내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 약하다”고 트럼프의 약을 올렸다.
4시간 동안 쏟아낸 십여 개의 트윗에서 워런은 트럼프를 향해 “모욕적인 거짓말이라는 한 가지 방법밖에 모르는 ‘불리’(bully·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라거나 “당신의 인종차별, 성차별, 외국인 혐오가 역겹다”는 등의 공격을 쏟아냈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됐으나 불출마를 선언한 워런 의원은 이전에도 민주당 인사 가운데 드물게 트럼프를 분명하고 직설적으로 비난해 왔다.
지난 3월 페이스북에서는 트럼프를 ‘패배자’(loser)로 지칭하며 그의 출마가 “심각한 위협”이라고 표현했으며 트럼프의 공화당 후보 지명이 확실시된 지난 4일에도 트위터에 ‘증오’와 ‘불안정’으로 찬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싸울 것이라고 썼다.
NYT는 “클린턴은 (트럼프와의 진흙탕) 싸움에서 조금이나마 거리를 두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어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트럼프를 날카롭게 공격하지 못하는 데 대해 애를 태우기도 한다”며 “워런이 클린턴이 하지 못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략가인 메리 앤 마시는 NYT에 “워런 의원은 이전부터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각을 말해왔다”며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들을 상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런이 여성이라는 점도 트럼프를 상대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그래도 여성 유권자들에게 매우 인기 없는 트럼프가 민주당 유력 여성 인사 2명을 공격하면 역풍이 있을 수 있다고 NYT는 내다봤다.
워런 의원도 미국 어머니날을 맞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워킹맘의 권리를 촉구하는 글을 올림으로써 트럼프는 물론 클린턴 전 장관의 취약점이기도 한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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