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결단에 “일본 완승” “한국 잘도 굽혔다” 고자세 [이슈픽]

尹 결단에 “일본 완승” “한국 잘도 굽혔다” 고자세 [이슈픽]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3-08 14:59
수정 2023-03-08 15:3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
6일 우리 정부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피해배상 해법에 관한 윤석열 대통령의 평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 부담을 감수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정치적 위험을 회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여론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 대신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판결금을 원고에게 지급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표명하는 데 그쳤다. 과거 담화와 공동선언에 담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미지 확대
캐나다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만나고 있다. 2023.1.12 AP 연합뉴스
캐나다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만나고 있다. 2023.1.12 AP 연합뉴스
● “일본의 완승” “한국이 잘도 굽혔다” 일본의 고자세이후 일본 여당 일각에선 일본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7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의 한 중진 참의원(상원) 의원은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대해 “일본의 완승이다.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한국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보이는 자민당 내 보수파도 이번 해결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보수파의 한 중진 의원은 “한국이 잘도 굽혔다. 일본의 요구는 거의 통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번 계기로 강제징용 문제가 완전히 매듭지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며 고자세로 일관하는 기류도 읽힌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처럼 한국의 정권이 바뀌면 뒤집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마이니치신문은 “해결책이 ‘불가역적’인지가 불투명해 일본 측에는 우려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현지 공영방송 NHK는 “한국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합의를 나중에 국내 여론 등을 이유로 뒤집은 전례가 있어 일본으로서는 한국에서 해결책이 확실히 실행되는지 지켜보면서 관계 개선을 꾀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미지 확대
지난 6일 자 1면 톱 기사로 한국 정부의 징용 문제 해법 제시를 일제히 보도한 일본의 조간신문들. 2023.3.7 연합뉴스
지난 6일 자 1면 톱 기사로 한국 정부의 징용 문제 해법 제시를 일제히 보도한 일본의 조간신문들. 2023.3.7 연합뉴스
일본은 반도체 수출 규제 문제에 있어서도 고자세를 취하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7일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문제를 협의하는 한일 대화의 재개와 관련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중단한다는 의사를 보여 정책대화를 재개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산성은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이 발표된 6일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중단하고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는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단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의 심사 체제와 수출관리의 실효성을 확실히 확인하고 싶다”며 “한국의 향후 자세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략물자를 수입해 제3국 등 다른 곳에 보낼 우려가 없는지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 수출규제 해제 놓고도 “한국 자세 지켜보겠다”
이미지 확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난 10년간 가장 우호적인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강제동원 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의견을 모았다. 2022.11.13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난 10년간 가장 우호적인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강제동원 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의견을 모았다. 2022.11.13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무역관리 심사 체제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2019년부터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2019년 7월에 단행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는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다.

일본은 한국의 무역관리 체제를 문제 삼았지만,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으로 해석됐다. 수출 규제를 단행한 아베 전 총리도 회고록에서 “한국이 징용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복 조치였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에도 한일 정책대화 재개와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기막힌 우연이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수출관리(규제) 운용 재검토는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화물의 무역과 기술의 이전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한 제도”라며 “노동자 문제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변했다.

● 美日 전문가 “기시다 직접 사과로 결실 맺어야”
이미지 확대
6일 오전 광주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결 방안 발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3.3.6 연합뉴스
6일 오전 광주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결 방안 발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3.3.6 연합뉴스
이처럼 한국 정부가 발표한 징용 해법은 ▲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일본 가해기업의 배상이 빠져 있고 ▲ 사과도 없다는 점에서 한국이 일본에 일방적으로 양보한 해결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면 배상 해결책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7일 서울신문 김진아 특파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린 점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며 “일본 정부도 힘을 합쳐 윤석열 정부를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기미야 교수는 이어 “기시다 총리가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 갈 것’이라고 언급하는 것으로 그쳤는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가 담긴 담화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본인의 목소리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를 담은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 계속 ☞ 美日 전문가 “기시다 직접 사과로 결실 맺어야”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308001008)
이미지 확대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