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의료진에 의한 할례 사례 증가” 경고

할례 관련 자료 사진.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할례’로 알려진 여성 성기 절제술(FGM)을 “여아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의료 종사자에게 보다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
WHO는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여성 할례는 시술자가 누구든 건강에 해를 끼친다”며 특히 의료인이 이를 ‘의료화된 시술’로 시행할 경우 더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위험성이 오히려 커진다고 경고했다.
FGM은 어린 여성들의 성욕을 통제한다는 목적으로 통상 사춘기 전 생식기의 음핵을 제거한 뒤 봉합하는 시술이다. 이는 감염증, 과다 출혈, 쇼크, 불임, 우울증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시술 과정에서 생명을 잃는 경우도 많다.
FGM은 여아의 자기 결정권과 건강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로 여겨지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 등 여러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2억 3000만명의 여성이 할례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지역에서 의료진에 의해 FGM이 시행되는 사례가 증가했다는 게 WHO의 지적이다. 2020년 기준 약 5200만명의 여성이 의료진의 손에 FGM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체 FGM 사례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에 WHO는 의료진의 이러한 행위가 보건적, 인권적 측면 모두에서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각국 정부와 지역사회, 보건 전문가들에게 여성 할례 근절을 위한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WHO 성·생식 건강 및 연구국장인 파스칼 알로테이 박사는 “FGM은 여아의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그들의 건강을 심각한 위험에 노출시킨다”면서 “의료 종사자들은 이러한 해로운 관행의 가해자가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의 이번 성명은 WHO가 새롭게 마련한 지침의 일환으로, 여성 할례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WHO는 이 지침에서 FGM 생존자들이 각 생애 주기에서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순한 예방을 넘어 이미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 대한 체계적인 치료 및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WHO에 따르면 FGM의 위험은 1990년 이후 약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약 30개국에서 이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약 400만명의 여아가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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