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에 시민단체 반발…오바마 “조속 입법 요청”
미국 대법원은 25일(현지시간) 반세기 전 남부 등 인종차별이 심한 지역에서 흑인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투표권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대법원은 이날 앨라배마주 셸비 카운티의 당국자들이 제기한 투표권법 위헌 소송에서 선거법을 개정할 때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州) 정부의 선정 기준을 정한 투표권법 4조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보수성향 5명이 찬성, 진보성향 4명이 반대 의견을 밝히는 등 대법관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선거법 개정시 연방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를 정한 제5조에 대해서는 합헌 판결을 내렸으나 이와 직접 연관된 제4조를 위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5조도 효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제5조는 주로 과거 인종차별이 심했던 주에서 시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할 때 흑인, 라틴계 등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앨라배마를 비롯해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애리조나 등 주로 남부 지역 주가 적용 대상이다.
대법원은 현행법 조항이 무려 약 50년 전의 상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의회가 현실에 맞춰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위헌 결정 이유로 들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이번 위헌 결정으로 일부 주 정부가 소수인종을 차별하는 선거제도를 도입할 여지가 커졌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일부 주 정부가 선거에 임박해서 선거법을 개정해 소수인종의 투표를 막는 사례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대법원 결정으로 국민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모든 미국 국민이 동등한 투표권을 가질 수 있도록 의회에 관련 법안 처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리히(민주ㆍ버몬트) 상원 법사위원장도 “대법원 결정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시민권 보장 법안의 핵심을 무너뜨린 것”이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입법 절차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찰스 슈머(민주ㆍ뉴욕)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하원 다수석을 차지하고 , 상원도 민주당이 60석을 갖지 못한 상태”라면서 조속한 입법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ㆍ공화 양당이 선거제도를 놓고 기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커 정치권에서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7일에는 애리조나주가 유권자 등록 때 미국 시민권자임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연방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결해 시민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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