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논란 속 히로시마 방문
오바마 “한국·미국인도 많이 희생”中 “난징 대학살 잊으면 안 된다”

히로시마 AP 연합뉴스

히로시마 원폭 돔 앞에 선 오바마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위령비에 헌화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등을 토닥이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앞쪽으로 보이는 건물은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이 떨어진 뒤 히로시마에 유일하게 남겨진 원폭 돔(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이다.
히로시마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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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현장에서 한 연설에서 “원폭 투하로 수십만명의 일본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한국인과 미국인도 희생됐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의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는 책임감을 공유해야 한다”며 “미국을 포함한 핵보유국들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호소했다.
이어 “71년 전 하늘로부터 떨어진 죽음이 세상을 바꿔 놨다”며 “인간성을 담보하지 않는 기술의 진보는 인류의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일본피폭자단체 대표 등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포옹하면서 위로를 전했다. 이 자리에는 히로시마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고교생 및 대학생 등 수십여명이 참석해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경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에서 숨진 무고한 모든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핵무기 사용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의 역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수천만명의 아시아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일본의 가해 사실이 외교적 이벤트 속에서 가려지고 원폭 피해에 초점이 맞춰져 일본에 상징적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그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광시좡족자치구 행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히로시마 원폭 피해는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 난징(대학살)을 잊으면 더욱 안 된다”면서도 “가해자는 영원히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6-05-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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