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체제 활동으로 투옥… 이란 정부 몰래 찍어 ‘칸 황금종려상’

반체제 활동으로 투옥… 이란 정부 몰래 찍어 ‘칸 황금종려상’

이은주 기자
이은주 기자
입력 2025-05-25 23:25
수정 2025-05-2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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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히 감독 “귀국 두렵지 않아”
‘잇 워즈 저스트 언 액시던트’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 모두 석권

단편영화 ‘첫여름’ 허가영 감독
학생 부문 1등… 한국인 최초로
노년의 삶 그린 30분 단편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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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25일(한국시간) 열린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칸 UPI 연합뉴스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25일(한국시간) 열린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칸 UPI 연합뉴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의 자유입니다.”

25일(한국시간) 폐막한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65)의 ‘잇 워즈 저스트 언 액시던트’가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립박수를 받으며 시상식 무대에 오른 파나히는 “아무도 우리가 뭘 입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또는 하지 말아야 하는지 말할 수 없다”면서 “국내외 모든 이란인들은 모든 문제와 차이를 제쳐 두고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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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히 감독의 신작으로 그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긴 ‘잇 워즈 저스트 언 액시던트’의 한 장면.  칸영화제 조직위 제공
파나히 감독의 신작으로 그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긴 ‘잇 워즈 저스트 언 액시던트’의 한 장면.
칸영화제 조직위 제공


심사위원장 쥘리에트 비노슈는 “예술은 우리의 가장 소중하며 살아 있는 부분의 창의적 에너지를 움직인다”면서 “어둠을 용서, 희망, 새로운 삶으로 바꾸는 힘”이라고 수상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영화 예술인이자 사회운동가로 사회·정치 문제를 고발하는 작품들을 주로 선보이는 등 이란의 반체제 인사로 널리 알려진 파나히는 2000년 ‘서클’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2015년 ‘택시’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는 등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석권했다.

그는 반정부 시위, 반체제 선전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체포됐다. 2010년에는 20년간 영화 제작 및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으나 몰래 영화를 만들어 국제 영화제에 출품해 왔다. 2022년 재수감됐다가 이듬해 2월 석방 요구 단식 투쟁을 벌인 끝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가 석방된 후 처음으로 만든 작품인 ‘잇 워즈 저스트 언 액시던트’는 과거 정치범으로 수감됐던 한 남자가 감옥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경찰과 닮은 사람을 후일 마주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파니히는 수상 직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귀국이 전혀 두렵지 않다”면서 “지금 당장 활동할 수 없는 모든 이란 영화 제작자들을 위한 상”이라고 밝혔다.

파나히는 칸과 인연이 두터운 감독이기도 하다. 1995년 장편 데뷔작 ‘하얀 풍선’으로 신인상 격인 황금카메라상을 거머쥐었고 2003년 ‘붉은 황금’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 2011년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로 감독 주간 황금마차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세 개의 얼굴들’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는 여성의 축구장 입장 금지라는 인권 침해 사례를 다룬 ‘오프사이드’가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2006년 한국을 찾기도 했다.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두 자매가 관계가 소원해진 아버지와 함께 겪는 일을 그린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센티멘털 밸류’가 받았다. 심사위원상은 모로코를 배경으로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스페인·프랑스 영화 ‘시라트’와 여러 세대에 걸친 인간 드라마를 그린 독일 작품 ‘사운드 오브 폴링’이 공동 수상했다.

1970년대 브라질을 배경으로 부패한 정계에서 벗어나려는 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시크릿 에이전트’는 감독상(클레베르 멘돈사 필류)과 남우주연상(바그너 모라)을 차지했다. 여우주연상은 영화 데뷔작 ‘더 리틀 시스터’에서 열연을 펼친 프랑스 배우 나디아 멜리티에게 돌아갔다. 거장 형제 감독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이 ‘더 영 마더스 홈’으로 각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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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첫여름’으로 라 시네프 부문 1등상을 받은 허가영 감독이 영화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단편 ‘첫여름’으로 라 시네프 부문 1등상을 받은 허가영 감독이 영화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한편 올해 칸 공식 경쟁 부문에 한국 작품이 단 한 편도 진출하지 못한 가운데 허가영의 단편 ‘첫여름’이 라 시네프 부문 1등상을 받았다. 라 시네프는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 등 차세대 창작자의 중단편을 소개하는 경쟁 부문으로 한국 작품이 1등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제41기 졸업 작품인 ‘첫여름’은 손녀의 결혼식이 아닌 남자 친구 학수의 사십구재에 가고 싶어 하는 노년 여성 영순의 이야기를 그렸다.
2025-05-2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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