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콘 재팬 2025’서 본 新한류
코로나 때 OTT로 K드라마 시청 붐K푸드·K뷰티 등 전방위 인기 확산
“부모·자녀가 함께 즐기는 문화 정착”

CJ ENM 제공
지난 10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2025’ 컨벤션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불닭볶음면을 시식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9일부터 사흘간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농심, 대상 등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한국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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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 마유(27)는 휴대폰에서 울리는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 석매튜의 아침 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엠넷플러스 플러스챗’을 통해 K팝 그룹 멤버와 채팅을 나누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등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 지난 10일 열린 ‘케이콘 재팬 2025’를 보러 친구들과 함께 지바에 왔다는 그의 입에서는 한국 신작 드라마와 배우들의 이름이 줄줄 흘러나왔다.
“요즘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과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고윤정과 김혜자의 연기를 좋아해요.”
‘4차 한류’가 일본의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다. 2000년대 드라마 ‘겨울 연가’에서 촉발된 1차 한류는 2010년대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카라 등 2세대 K팝 아이돌이 주도하는 2차 한류로 이어졌다. 동일본 대지진과 한일 관계 냉각으로 한동안 침체기를 겪던 한류는 2017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방탄소년단(BTS)과 트와이스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3차 신한류 붐을 일으킨 것이다. 특히 중장년층 중심으로 향유되던 한류의 주요 소비층이 이때부터 10~20대로 대폭 낮아졌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치즈닭갈비, 불닭볶음면 등 한국 먹거리가 유행하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일본 내 한류는 또 한번의 전기를 마련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OTT 시청이 증가했는데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젊은층 사이에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4차 붐이 불붙었다. 뿐만 아니라 제로베이스원이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 2관왕을 달성한 데 이어 4세대 걸그룹 아이브와 르세라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4차 한류의 특징은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즐기는 일상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또한 K푸드, K뷰티 등 한류의 흐름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K팝 댄스 전문 학원이 생겨났고 오사카한국문화원의 K팝 댄스 아카데미에는 수강생이 줄을 잇는다.
김혜수 오사카한국문화원장은 “과거 한류가 마니아 층이 즐기는 문화였다면 이제 한류는 일본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취미로 자리잡았다”면서 “코로나 이후 억눌렸던 공연 관람 수요가 늘면서 K팝 콘서트도 자주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11일에는 지바의 ‘케이콘 재팬 2025’를 시작으로 도쿄돔의 지드래곤,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의 세븐틴 등 열도 곳곳에서 K팝 콘서트와 팬미팅이 잇따랐다.
케이콘에서 만난 게이코(44)는 “BTS를 계기로 K팝을 좋아하게 됐는데 아이들은 트와이스와 라이즈의 팬”이라면서 “K팝 가수들은 팬들을 가족처럼 친근하게 대하는 것이 매력인데 코로나 이후 인기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소가이 리나(41)는 “모델 겸 아이돌을 꿈꾸는 16세 아들이 매일 집에서 K팝 댄스를 연습하는 것을 보고 나도 그룹 ‘투어스’의 팬이 됐다”고 말했다.
‘케이콘 재팬 2025’가 열린 마쿠하리 멧세에 마련된 비비고, 농심 등의 부스에도 K푸드를 체험해 보려는 일본 관객들이 몰렸다. 딸과 함께 2년 연속 케이콘을 찾은 요우코(40)는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처음 한류 팬이 된 이후 김밥, 부침개 등에 관심이 생겼다. 집에서도 한국 음식을 자주 해 먹는다”고 말했다.
4차 한류가 자리잡으면서 한일 합작 드라마 제작도 증가하고 있다. 스튜디오 드래곤과 자유로픽쳐스가 공동 제작 중인 ‘내 남편과 결혼해 줘’가 대표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에서 만난 최재원 자유로픽쳐스 대표는 “일본에서 콘텐츠 제작 능력이 우수한 한국 제작사와 협업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면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4차 한류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5-05-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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