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권투연맹 동양챔피언 등 전·현 프로복싱 선수 54명 성금 보내

김학구 선수 훈련모습
프로복싱 김학구(24) 선수가 생계를 위해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자 권투인들이 후원금 모금을 위해 나섰다.
한국권투연맹(KBF)은 지난 17일부터 김 선수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동양챔피언 출신의 정선용 한국권투연맹 사무총장은 같은 날 연맹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기사를 통해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다”며 “이름을 보는 순간 ‘아’하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 사무총장은 지난해 김 선수의 프로 데뷔전 당시 링아나운서를 맡아 대회를 진행했다.
앞서 김 선수는 지난해 한국권투연맹이 주관한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데뷔전을 치른 바 있다.
정 사무총장은 “같은 체육관 소속이 아니라도 우리는 권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우애 같은 끈끈함을 느낀다”며 “조그마한 성의를 모아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 김 선수가 재활하는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모금 운동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20일 오전 현재까지 동양챔피언 등 전·현 프로복싱 선수 54명이 450만원의 성금을 연맹 명의 계좌로 보냈다.
회원수 6천명인 복싱 동호회 포털 카페에도 모금 운동 글이 올라와 조회수 900여 건에 55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다수 댓글은 쾌유를 빈다며 모금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내용이다.
김 선수의 소속 체육관장도 “학구의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생계의 곤란을 느끼고 있다”며 “치료비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아 염치를 무릅쓰고 도움을 청한다”고 관심과 후원을 호소했다.
권투인들이 동료 선수를 위해 모금 운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요삼(당시 33세) 선수가 2007년 12월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판정승을 거뒀다가 경기 직후 쓰러져 치료를 받을 때도 권투인들은 뭉쳤다.
최 선수는 2008년 1월 3일 뇌사 판정을 받았고 각막, 신장, 간, 심장 등 장기를 6명에게 기증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당시 7천여만원의 성금이 모였고 이 가운데 장례비 등을 치르고 남은 3천여만원으로 최 선수를 추모하는 복싱 대회가 추진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프로복서 배기석(당시 23세) 선수가 경기 후 뇌출혈로 사망하자 고인의 유족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한국권투위원회(KBC)의 주도로 벌어졌다.
정 사무총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각의 링은 무서운 곳”이라며 “그곳에서 뛰어본 사람은 같은 크기의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선수의 누나는 “일면식도 없는 학구를 위해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고 큰 힘이 된다”며 “동생이 하루빨리 병상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잘 간호하겠다”고 말했다.
김 선수의 후원 계좌는 한국권투연맹 명의의 IBK기업은행 129-063534-04-014이다.
한편 김 선수는 5일 오후 9시께 인천시 남동구 도림삼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위반한 A(52)씨의 쏘렌토 차량이 치었다.
김 선수는 사고 이후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두개골이 함몰되고 뇌출혈 증상을 보이는 등 중태다. 코뼈와 왼쪽 다리도 모두 부러졌다.
김 선수는 생계를 위해 지인의 치킨가게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아버지는 올해 초 사고로 숨졌고 어머니는 암투병 중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호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목격자가 나타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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