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 접고 노모에게 ‘간’ 선물한 50대 아들

생업 접고 노모에게 ‘간’ 선물한 50대 아들

한지은 기자
한지은 기자
입력 2025-05-08 00:06
수정 2025-05-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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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모친 위해 결단한 오지훈씨

“자식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
어린 자녀 키우는 동생 대신 나서
수술 위해 포클레인 기사 일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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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간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아들 오지훈(왼쪽 두 번째)씨와 어머니 문정자(세 번째)씨가 지난 2일 퇴원하기 전 의료진의 축하를 받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모자간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아들 오지훈(왼쪽 두 번째)씨와 어머니 문정자(세 번째)씨가 지난 2일 퇴원하기 전 의료진의 축하를 받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부모, 자식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50대 아들이 간세포암을 앓던 70대 노모에게 특별한 선물을 했다. 오지훈(54)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간 이식밖에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듣자마자 고민할 것도 없었다”며 “조금 겁은 났지만 어머니의 건강 회복이 먼저라는 마음이 앞섰다”고 말했다.

오씨의 어머니 문정자(75)씨는 2015년 간경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이어 오다 2023년 8월 간세포암을 진단받았다. 올해 2월부터 배에 복수가 차고 피를 토하는 객혈 증상까지 나타나자 병원은 간 이식을 권유했다. 간 이식은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으로 나뉘는데, 국내에선 뇌사자 기증이 드물어 가족이 공여자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검사 결과 모자의 간 크기와 구조 모두 들어맞았다.

아들의 건강을 생각해 수술을 주저하는 어머니에게 “아무 걱정하지 말고 회복할 일만 생각하시라”고 설득했다. 두 살 터울 남동생도 있었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동생보다는 이미 자녀가 성인이 된 자신이 나서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생계인 포클레인 기사 일도 잠시 접었다. 그는 “당장 돈은 못 벌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겠나”라며 “어머니가 오래오래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자는 지난달 15일 수술 이후 빠른 회복을 거쳐 지난 2일 퇴원했다. 이번 수술은 중앙대병원 장기이식센터의 100번째 간 이식 수술이다. 집도의인 서석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두 분 모두 수술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5-05-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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