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자 “온갖 것 다 검증”…김용준 낙마사태 재연 방지 최우선 고려총선 공천위원장 당시 업무추진력 높이 평가’책임장관’ 통할에 적합 판단”재산 많다” 우려 시각…인재풀 ‘한계’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8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홍원(69)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명한 것은 검증 통과의 기대감과 함께 작년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으로 자신과 호흡을 맞추며 보여준 업무능력에 대한 높은 평가 때문으로 보인다.무엇보다 정 후보자마저 도덕적인 이유로 검증 과정에서 낙마할 경우, 박근혜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도덕성 검증에 가장 방점을 뒀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정 후보자도 이날 인선 발표 직후 인수위 출입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검증에 대해 “제가 한 것이 아니라서 말하는 게 소관을 넘는것”이라면서도 “온갖 것을 다 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집중적인 검증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정 후보자는 그러면서 “(검증) 자료는 제가 검증동의서를 냈기 때문에 그 자료에 의해 온갖 것을 수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측 검증팀이 지난달 29일 김용준 후보자 낙마 사태 이후 검증강화 방안을 모색했고 며칠 전 정 후보자에 대한 검증동의를 받아 강도높은 검증을 진행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 7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이날 인선 발표를 하겠다는 브리핑을 할 당시에도 이런 뉘앙스가 담겨있다. 윤 대변인은 “저희들이 인선과 검증이 끝났기 때문에 내일 발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 박 당선인측 검증팀은 발표 전날 밤까지 혹시라도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 있는 지에 대해 검토에 검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후보자가 “(총리 후보자) 제안은 며칠 전에 받았다”고 언급한 데서 볼 수 있듯 비교적 짧은 기간 완전한 검증이 이뤄졌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주변에서도 정 후보자에 대해 “물려받은 재산이 많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와 앞으로 인사청문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일지 여부가 주목된다.
박 당선인은 이와 함께 정 후보자가 지난해 총선 당시 공추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보여준 업무 추진력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총선을 앞두고 ‘개혁 공천’을 기치로 내세웠고 정 후보자는 당시 공천심사를 책임진 위치에서 큰 잡음없이 민감한 공천 업무를 잘 관리했다.
인수위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천 당시 예스ㆍ노가 명확한 강직한 성품을 보여줬다”면서 “옳고 그름에 대한 자기 소신이 명확해 주변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는 강단을 보여준 것이 박 당선인의 눈에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특히 공천 당시 현역의원 하위 25%를 탈락시키는 ‘컷오프룰’을 ‘헌법’에 비유하며 예외없이 적용시키면서 정치적 거물들에게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런 결과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를 가져온 것도 이번 인선의 주요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는 박 당선인이 누차 강조하는 ‘법과 원칙’에 부합하는 부분이다.
박 당선인은 정 후보자의 이런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본 만큼, 새 정부에서 ‘책임장관’들을 데리고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 후보자가 검찰 출신이지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오랜 기간 맡아 대민(對民) 서비스를 통해 ‘법률 복지’라는 부분을 구현했고,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시절 정책 선거를 위한 메니페스토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것도 박 당선인에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지난 2004~2006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메니페스토 운동을 강조하면서 공약실천 백서도 낸 바 있다.
박 당선인을 대신해 총리 후보자를 발표한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며 정책 선거를 위한 메니페스토 운동을 처음 시작했고 바른사회를 위한 다양한 공헌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박 당선인이 김용준 전 후보 지명 당시와 같이 1년도 채 안돼 썼던 인사를 재기용하는 것은 ‘인재풀’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국무총리로서 당선인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인재풀이 좁다 보면 결국 정부 중반 이후에는 ‘돌려막기’ 인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비상 시기에 비대위원장을 맡은 뒤부터 비대위ㆍ공심위ㆍ선대본부 등의 과정이 계속되면서 인재를 수혈해 쓰다 보니 많은 인재풀이 이미 노출된 것인데 ‘돌려막기’로만 보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후보자가 이날 지명된 직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책임총리의 성격에 대해 “책임 총리는 정확하고 바르게 (대통령을) 보필하는게 책임총리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코드’를 맞추는 듯한 언급을 해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공언한 ‘총리 위상 강화’에 부합하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될 전망이다.
당장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대통령을 보필하는 것은 비서실장”이라며 “책임총리제에 대한 인식 결여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해 인사청문 과정에서 논란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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