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갖고 지켜보겠다”…남북관계 개선 여지는 남겨
북한이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비난한 내용에는 원색적이고 거친 표현들이 적잖다. 그만큼 강한 불만과 실망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그러면서도 남측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마지막 끈은 놓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조평통 대변인은 10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박 대통령의 방미 발언에 대해 ‘동족대결 행각’ ‘전쟁전주곡’ ‘역겨운 입맞춤’ ‘치맛바람’ ‘꼬락서니’ ‘역겹기 그지없다’ 등의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가며 격하게 반발했다.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을 ‘강경원칙론만 되풀이한 친미행각’으로 폄하하며 “미국 상전은 남조선 당국자를 극구 춰주면서 침략적인 대조선정책과 대아시아전략의 돌격대로 내세우기 위한 기도를 그대로 내보였고 남조선 당국자는 상전의 비위를 맞추면서 대결적본색을 전면적으로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비판한 데 대해 ‘오만무례한 망발’이라며 “우리의 핵이 정치적흥정물이나 경제적거래물이 아니며 미국의 비핵화가 실현되기전까지 조선반도의 비핵화란 없다는 것쯤은 알고 미국에 가야 했을 것”이라고 ‘선(先)비핵화’ 요구를 일축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한 대목도 있다.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선(先)북한변화론’에 대해서도 ‘오만무례한 망발’이라며 “변화에 대하여 말한다 해도 변화해야 할 당사자는 다름아닌 괴뢰패당”이라고 비난하는 등 박 대통령의 방미과정에 나온 북한 관련 언급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비난했다.
하지만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심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특히 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문답의 마지막에 “옳바른 선택을 해야 할 당사자는 바로 남조선 당국자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현 남조선 당국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련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는 한국이 어느 정도 대화분위기를 만들면 북한이 호응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북한이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채 ‘남조선 당국자’라고 호칭하고,입장 표명을 조평통 대변인의 ‘담화’가 아닌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이라는 훨씬 수위가 낮은 형식을 취한 데서도 북한의 속내가 읽힌다.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4대 상업은행인 중국은행과 건설은행, 농업은행, 공상은행이 대북 송금 업무를 중단하는 등 중국까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해 국제사회의 고립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마냥 위기지수를 높이는 데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은 위협적인 언사를 통한 대남 비난전에 치중하면서 당장은 한반도의 위기를 악화시키는 추가적인 도발행위는 자제한 채 현재의 경색 국면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성공단 완전 폐쇄 조치나 중거리 미사일 발사, 연평도 도발과 같은 극단적 상황을 만들지는 않은 채 한국과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필요한 대응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중국까지 가세한 국제적 고립 속에서 당장 군사도발 같은 선제적 강경조치를 취하기보다는 한국과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대응해 나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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