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입 닫은 孫

다시 입 닫은 孫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15-11-20 23:34
수정 2015-11-21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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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찾은 기자에게 “이제 안 만나요 허허”… 일거수일투족 ‘정계복귀설’에 부담 느낀 듯

주류·비주류 갈등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을수록 여의도의 시선은 전남 강진으로 향한다. 백련사 인근 토담집에서 칩거한 지 1년 4개월째인 손학규(얼굴) 전 상임고문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지난 4일 카자흐스탄 특강 후 귀국길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의 현안을 언급하면서 정계복귀설은 더 힘을 받았다. 앞서 이낙연 전남지사의 주도로 손학규계 전·현직 의원들의 대규모 회동도 열렸던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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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전 상임고문이 머물고 있는 전남 강진 백련사 인근 토담집 앞에 ‘묵언 수행 중’이라고 쓰인 팻말이 놓여 있다.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전 상임고문이 머물고 있는 전남 강진 백련사 인근 토담집 앞에 ‘묵언 수행 중’이라고 쓰인 팻말이 놓여 있다.


초겨울비가 흩뿌리던 19일 강진을 찾았다. 1973년 한 스님이 수행을 위해 만들었다 버려진 이 집은 지나온 세월만큼 낡아 보였다. 안경을 끼고 책을 읽던 손 전 고문은 기자를 보자 편치 않은 기색을 보이며 “어쩌나. 이제 기자들은 안 만나는데…”라고 했다. 꾸준히 당내에서 거론되는 ‘손학규 역할론’을 요리조리 물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허허” 웃거나 먼 산만 바라봤다. 그저 “미안하다. 이렇게 박대해서…”라며 등 떠밀듯 배웅했다. 점심 공양 뒤 다시 집을 찾아갔지만 부인 이윤영씨가 “오늘은 하실 말씀이 없으시니 돌아가세요”라고 말했다.

집 앞에 놓인 ‘묵언 수행 중’이라는 팻말처럼 외부 접촉을 기피하는 것은 최근 일거수일투족이 정계복귀설로 연결되는 데 부담을 느낀 때문으로 보인다. 2007년부터 손 전 고문을 보좌해 온 측근은 “그냥 뱉은 말도 정치적으로 해석되다 보니 정치인이나 기자들이 온다고 하면 아예 자리를 비우신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손학규계인 양승조 의원도 최근 방문 의사를 타진했다가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를 지고 있는 입장에서 사찰이 외부인으로 북적이는 것도 고역이다. 한 측근은 “공부하겠다고 내려와 있으니 (사찰에서) 품어 주긴 한다”면서도 “오늘도 지지자 수십명이 왔다 갔다. 사찰에서 불편하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묵언 수행’은 언제쯤 끝나게 될까. 2012년 손학규 대선 경선캠프 대변인을 지낸 김유정 전 의원은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움직일 가능성이) 전혀 없고 내년 가을쯤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글 사진 강진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5-11-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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