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서 견제·협력 전망 엇갈려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체제를 8월 말~9월 초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문재인 전 대표와의 향후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김 대표는 4·13 총선을 불과 90일 앞둔 지난 1월 15일 문재인 전 대표의 삼고초려에 따라 더민주에 합류, 문 전 대표와 한 배를 타고 지난 4·13 총선 결과에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공동운명체가 됐다.
두 사람은 총선이 끝날 때까지 대체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저런 사안을 놓고 시각차를 드러내고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총선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갈등보다는 전략적 제휴에 방점이 찍힌 듯했다.
김 대표로선 더민주의 친노 패권주의 이미지를 완화하려면 문 전 대표와 거리를 둬야했지만, 반대로 대선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당의 간판인 문 전 대표를 완전히 배제한 채 선거전을 치르기 힘든 현실적 제약이 있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완화하려면 김 대표의 역할이 필요했지만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너무 가까이도, 멀리도 할 수 없는 적당한 거리 유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두 사람이 총선 기간 비례대표 공천 파문이나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을 놓고 입장차를 보였음에도 갈등이 노골화하는 수준까지 가진 않은 것도 이같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선 기간 ‘불가근 불가원’, ‘불안한 동거’는 총선 이후 ‘김종인 합의추대론’을 놓고 중대 기로에 섰다.
김 대표는 내심 합의추대를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 전 대표는 “현 상황에 합의추대가 가능하지 않고 김 대표가 경선에 불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두 사람의 만찬회동 내용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이 오가면서 김 대표는 “다시는 배석자 없이 안만날 것”이라며 문 전 대표에 대한 불신과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 측에서는 합의추대론이 힘을 잃고 대안으로 ‘전대 연기론’이 부상할 때에도 문 전 대표가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기류가 있었지만 문 전 대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특히 전대연기론마저 공격받는 상황에 처하자 김 대표 측에서는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와 친노 운동권에 팽(烹) 당한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
이런 맥락에서 김 대표가 전날 전북을 방문해 “다수의 대선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후보를 만들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주목을 끈다.
한편에선 김 대표가 킹메이커를 자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한 대선관리자로서 특정 후보를 편들지 않겠다는 뜻이자 다시 한 번 킹메이커 역을 맡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반면 문 전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긴 어렵다는 생각을 내비쳤다는 시각도 있다. 평소 차기 대선주자 감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혀온 것과 맞물려 문 전 대표 역시 후보 중의 한 명일 뿐이라는 사인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달성을 통한 위국위민(爲國爲民)이 김 대표의 필생의 과제’라는 김 대표 측 설명을 곧이곧대로 인정한다면 문 전 대표와의 협력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문 전 대표가 당내 최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데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고 유력 대선주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된다면 김 대표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넓지 않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김 대표 측의 불만에 대해 오해라고 진화하면서 여전히 김 대표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합의추대가 어렵다는 것은 당내 분위기상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한 것이지, 문 전 대표 개인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다”이라며 “문 전 대표는 총선을 승리로 이끈 김 대표의 역할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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