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담서 文대통령 월경·도보다리 독대 등 명장면 남아
평양 남북정상회담 9월 개최가 확정되자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여준 ‘찰떡궁합’이 관심사로 떠올랐다.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1차에 해당하는 4·27 회담 당시 양 정상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 만나 악수하던 순간부터 남북 최고지도자로서 즉흥적 결단을 내려 역사에 남을 장면을 연출했다.
남쪽으로 넘어온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하자 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제안해 두 정상은 MDL 북측에서 다시 한 번 악수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도보다리 위에서 이뤄진 독대 역시 두 정상의 ‘합’이 맞아 연출된 명장면 중 하나다.
다리 끝 탁자에서 이야기를 나눌지, 바로 되돌아올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잠깐 앉았다가 가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김 위원장이 받아들여 이뤄진 독대를 두고 새소리만을 배경으로 한 한 편의 ‘무성영화’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무언가를 설득하고 김 위원장이 이에 호응하는 듯한 ‘열린 태도’는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북한과의 담판을 앞둔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당시 두 정상이 나눈 대화 내용 역시 그보다 불과 몇 달 전 북한의 도발에 이은 ‘강력한 제재’의 필요성을 언급할 때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셨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남측)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앞으로는 발 뻗고 자겠다”고 대답했다.
지난 5월 26일 북미정상회담 취소 우려가 고조됐을 때 열린 2차 회담도 두 정상의 통 큰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때 정상회담은 회담 전날 김 위원장이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고 문 대통령이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열릴 수 있었다.
남북 정상은 이 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 성공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헤어질 때는 포옹으로 밝은 미래를 기약했다.
이처럼 궁합이 잘 맞는 모습을 보였던 두 정상이 9월 평양에서 만나게 된다면 역사에 남을 또 다른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평양이 아닌 다른 지역에 방문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4·27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은 “나는 백두산에 안 가봤는데 중국을 통해 가는 분들이 많더라”라며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문 대통령이 오시면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하게 할 것 같다는 점”이라며 “우리도 준비해서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구체적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파격을 보인다면 백두산이 아니더라도 평양을 벗어난 다른 지역에서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