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투신 여고생 화장‥”유족·학교·학생 모두 위로받아야”
“꿈 많던 두 여고생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머리로, 가슴으로 그들이 견뎌야 했던 아픔을 기억해야 합니다.”같은 반 친구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 모 여고 A양이 18일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이날 오전 충남의 한 장묘공원에서는 A양의 유족을 비롯해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등 30여명이 쌀쌀한 날씨 속에 A양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숙연한 분위기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화장이 진행되는 1시간여 내내 유족은 끝없이 오열했고 학부모들도 연방 눈시울을 붉혔다.
한 학생의 어머니는 “너무 안타깝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게 너무 슬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40여일 사이에 꽃 두 송이가 피지 못한 채 져 버렸다”며 “꿈 많던 여고생이 겪은 아픔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A양은 최근까지도 지난달 숨진 여학생에게 SNS로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며 친구를 잊지 못했다.
시험을 앞두고도 숨진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등 ‘혼자만의 대화’를 이어갔다.
학교 관계자들은 소통의 창구가 막힌 여고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한 교사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폭력성으로 변질하는 걸 자주 목격했다”며 “얼굴을 맞대고 대화해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면 좌절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밀착해서 상담해도 속을 들여다보기 쉽지 않다”며 “이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는데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남아 있는 학생 대부분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김모(43·여)씨는 “인터넷에서는 일부 학생을 일방적인 가해자로 몰며 ‘마녀 사냥’을 해왔다”며 “고1 여학생에게는 이 모든 게 상상할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고 했다.
이어 “요즘 애들은 인터넷을 끼고 살지 않느냐”며 “검색할 때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과 비방글이 넘쳐나는데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참석한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한 사람을 향한 일방적인 따돌림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정확하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또 “누구보다 가장 큰 위로가 필요한 것은 바로 유족과 고인의 친구들”이라면서 “대중의 원색적인 비난 포격을 온몸으로 받은 학교도 위로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화장한 고인의 유해는 대전 모 사찰 납골당에 임시 봉안됐다. 언 땅이 녹으면 뿌리 깊은 나무 아래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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