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대란 속 공무원 ‘눈먼 돈’ 챙기기

무상보육 대란 속 공무원 ‘눈먼 돈’ 챙기기

입력 2013-09-15 00:00
수정 2013-09-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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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잡힌 예산 쓰고보자’ 심리…제재 시스템 없어

서울 일부 구청들이 무상보육 전면시행 후에도 직원 보육료를 이름만 바꿔 계속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직원 복지 챙기기에 열을 올리는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구청들은 어차피 올해 편성된 예산이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편법이라고 하더라도 자치구 재정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다.

지원 근거인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 사기를 북돋우려고 복지사업을 할 수 있다는 포괄적 규정만 명시해 사실상 무수히 발생 가능한 편법지원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

◇ 시민은 속 타는데…자녀교육비 지원·콘도회원권 구입

지난 5월 정효성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무상보육 예산이 당장 9월부터 고갈된다며 영유보육법 개정안 처리와 재정 지원을 촉구했다.

지원 대상이 늘어난데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였다.

거의 매일 언론을 통해 무상보육 예산 문제가 제기됐고, 8월부터는 양육수당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 몇몇 자치구는 무풍지대였다. 지난해 이미 직원 자녀 보육비 몫으로 편성한 예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 3월 이후에도 이 수당은 다양한 이름으로 지급됐다.

콘도 회원권을 추가 구입하거나 직원 연수 등에 쓴 자치구까지 합하면 25개 자치구 중 절반 가까운 11곳에 이른다.

그렇게 변형 집행된 예산 규모는 총 28억9천만원이다. 무상보육 전면시행 전인 1∼2월에 지급된 보육료는 빼고 쓴 것으로 계산해도 20억원은 훌쩍 넘는다.

예산을 돌려쓴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성북구는 직원 1명당 월 10만원씩 가족사랑나눔비라는 명목으로, 강북구는 재능개발비로, 노원구는 문화교육비로, 도봉구는 자녀인성교육지원비로 썼다.

마포구는 콘도회원권을 구매하는 데, 구로구는 직원 워크숍 비용에, 영등포구는 복지포인트로 전환하는 데, 강동구는 시간외 수당을 늘리는 데 지출했다.

구청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보육료 예산도 직원 복지를 목적으로 편성됐기 때문에 비슷한 용도로 사용하면 정서법상으로는 몰라도 지방공무원법상으로는 문제없다”며 “어차피 내년부터는 해당 예산이 편성되지 않을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러나 언제 보육수당이 끊길까 노심초사하던 시민들은 비록 올해뿐이라도 수십억원 예산이 공무원 복지만을 위해 쓰였다는 데 시선이 곱지 않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자체 재원이 부족해 구민을 위한 인프라 확충도 못 하는 상황에서 사용 목적이 없어진 예산을 바로 없애지 않고 직원들이 나눠 가졌다는 건 국민 정서에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감시자 ‘부재’…구청장 ‘표심 고려’ 지적도

구청들이 소규모 예산을 전용하면 이를 감시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서대문구는 해당 예산을 후생복지예산으로 돌려쓴데 대해 구의회가 문제를 제기하자 “비교적 소액이며 중요성이 적은 경비를 대상으로 세부사업을 변경했음을 감안해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 역시 자치구는 일종의 ‘독립법인’이라 규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행정국 관계자는 “서울시는 해당 예산 25억원 중 1∼2월 지급분을 뺀 나머지를 모두 감추경했다”고 강조하며 “자치구가 가용자원 범위와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예산을 쓰는 것까지 뭐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무상보육 전면시행이 이미 예견된 사업이었는데도 기초의회 차원에서 중복지원이나 예산 편법 사용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은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광수(민주당)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자치권을 인정하되 편법이라도 시민이 인정하기 어려운 선까지 부당성이 확인되면 시가 감사관실을 통해 책임을 가려야 한다”며 “당초 정책목표를 벗어난 예산 집행을 감시하는 또 다른 법이나 조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출직 구청장이 공무원 눈치를 보느라 직원 복지후생 예산을 쉽게 없애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4월 열린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서 구청장들은 이중 지급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지만 결국 직원 복지에 사용한 곳이 많았다.

한 구청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표심’ 관리 차원에서라도 이전까지 주던 것을 갑자기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악구의회 이동영 의원은 “중복 예산을 주민복지 예산으로 전환하지 못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정부도 중복 예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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