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증’ 安양 친모 한씨 메모, 계부 혐의 입증 증거될까

‘편집증’ 安양 친모 한씨 메모, 계부 혐의 입증 증거될까

입력 2016-03-29 14:09
수정 2016-03-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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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친모 한씨 정신적 장애 가능성”…법원, 증거 인정 안 할 수도계부 安씨 혐의, 한씨 메모·안씨 자백에 의존…사법처리 쉽지 않을 수도

경찰이 친모의 가혹행위로 숨진 안모(사망 당시 4세)양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의붓아버지 안모(36)씨 사건을 지난 28일 검찰로 송치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사체유기, 상습폭행, 상습상해, 아동복지법 위반 등 모두 4가지다.

경찰은 이런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로 안씨의 자백과 함께 숨진 안양의 친모 한모(36·지난 18일 자살)가 일기 형식으로 남긴 메모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경찰 스스로 밝혔듯 특정한 것에 집착하는 편집증이 의심되는 등 당시 한씨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제기되면서 이 메모장이 법정에서 안씨를 처벌받게 하는 증거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안씨 자택을 압수수색?는 과정에서 지난 18일 자살한 한씨가 2011년부터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노트 7권 분량의 메모장을 발견했다.

메모에는 2011년 4월 보육원에 있던 친딸 안양을 집에 데려온 뒤 벌어진 집안 내 갈등 상황이 소상히 담겨 있었다. 메모장 내용을 토대로 경찰은 안씨를 추궁, 자백을 받아내 사체유기 혐의 외에도 상습폭행과 상습 상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정신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찰이 밝힌 수사내용을 토대로 한씨가 인격 장애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씨는 2011년 4월 남편 안씨와 동의하에 보육원에 있던 안양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남편 안씨와의 사이에서 또 다른아이를 임신한 이후 한씨는 심한 감정 기복을 보이며 안양에게 가혹행위와 구타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양이 집에 온 뒤 남편과의 갈등과 불화가 잦아지자 그 원인을 한씨는 안양의 탓으로 돌렸다. 마치 친딸을 불행의 씨앗으로 여긴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김시경 충북도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은 “한씨 개인적으로 남편의 아이를 가지며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생각을 가졌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가족내 갈등이 반복되면서 외부(친딸)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편이 안양과 함게 씻거나 두둔하면 한씨가 질투의 감정까지 느낀 것 같다는 것이 한씨의 메모를 분석한 경찰의 설명이다.

또 베란다에 하루종일 안양을 내버려두거나 사흘 동안 굶겼다는 메모 내용으로 미뤄 당시 한씨의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은 친엄마가 친자식에게 하는 훈육의 범위를 넘어선 학대이자 가혹행위로, 안양에 대한 한씨의 심경이 결코 정상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김 센터장은 “아이와 제대로 된 애착 관계가 형성되지 않다 보니 친모인 한씨가 숨진 안양을 경쟁 관계나 방해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한씨가 일정 정도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황순택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일반인들에게 나타날 수 없는 증상”이라며 “다른 대인관계에서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면서 유독 아이를 학대하는 등 집착했다고 하면 편집장애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씨가 과연 합리적, 이성적으로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기록했겠느냐는 의문이 따른다.

만약 기복이 심한 감정에 따라 극히 주관적, 감정적으로 작성했다면 메모가 과연 증거 능력으로 인정받을지가 의문이다.

안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라고는 한씨의 메모와 안씨의 진술이 사실상 전부다. 한씨 메모가 증거 능력이 없다고 인정된다면 안씨 진술만 남는다. 그가 법정에서 이마저 번복하면 무려 4가지나 되는 혐의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사람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는 것처럼 (한씨의) 메모 자체가 계부의 혐의를 입증하는 재판에서는 (그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했다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증거는 통상 피고인이나 증인이 법정에 나와서 진술하는 내용이지만 예외도 있다. 진술이 필요한 자가 사망한 경우 피의자가 경찰에서 한 진술 조서나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삼을 수 있다.

다만,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당시 한씨가 자신의 감정에 따라 허위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안씨는 한씨의 메모를 바탕으로 두 살배기였던 친딸도 학대했다는 경찰의 혐의 적용과 관련해 “때린 적은 있지만, 학대까지는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메모장이 증거로서 인정될지는 재판부가 다른 정황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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