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투어’ 명소된 4·3평화공원…“아픈 역사 기억할게요”

‘다크투어’ 명소된 4·3평화공원…“아픈 역사 기억할게요”

입력 2016-03-29 15:59
수정 2016-03-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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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사연·위로의 소원지 1만 여장 넘쳐

“제주4·3의 아픈 역사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68주기 제주4·3사건 희생자 추념식을 앞둔 제주시 4·3평화공원에는 1940년대 말 4·3사건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편지글이 어느덧 8년째 수북이 쌓였다.

2008년 3월 개관한 이래 연평균 18만 명이 찾는 다크투어리즘의 대표 명소가 된 4·3평화공원. 전시실 출구 벽면에는 관람객들의 소원지가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워 과거 4·3의 비극을 다시 한 번 느끼고 현재를 되돌아보게 한다.

출구 앞에 있는 정자나무인 ‘해원의 폭낭’에도 학생과 일반인들의 편지글이 걸렸고, 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는 4·3소원지 특별전 ‘사월의 소원’이 연중 열리며 개관 초기 관람객이 남긴 소원지가 전시돼 있다.

전시된 소원지와 더불어 따로 보관 중인 소원지까지 하면 어림잡아 1만여장.

소원지는 일반 관람객들의 단순한 소원을 넘어 4·3 유족들의 가슴에 쌓인 울분을 치유하는 ‘한(恨)풀이’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제주가 4·3의 아픈 상처를 극복하고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내용에서부터 어릴 적 여읜 아버지와 어미니, 할아버지, 할머니, 친지를 목놓아 부르며 뵙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

‘정순’이라고 이름을 밝힌 여성은 몇 해 전 평화공원을 둘러본 뒤 “아버지! 저 지금 나이가 64세가 됐습니다. 아버지는 4살 때 저와 이별하셨지요.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 아버지…. 뵙고 싶습니다. 불쌍한 우리 어머니 돌봐주십시오. 사랑합니다”라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써 달랬다.

어머니를 모시고 방문한 아들은 “4·3의 아픔을 그대로 느끼며 가슴앓이로 한평생을 살아온 어머니. 새삼 더 슬퍼할 것도, 아파할 것도 없지만 깊은 한숨을 내리 쉬는 어머니를 보며 다시 한 번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과거 4·3을 직접 경험한 한 관람객은 “집에 불 지르고, 대나무 창으로 사람을 세워놓고 찔러 죽이는 것까지 모두 다 본 사람인데…. 오늘 이곳을 돌아보고 눈물이 앞을 가려서 울다 갑니다.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4·3”이라며 떨리는 손으로 소원지에 기록을 남겼다.

과거 암울했던 비극의 진상이 밝혀져 그간 쌓인 ‘울분’을 달래며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연, 손자·손녀 데리고 행불자 할아버지 만나러 왔다는 사연, 평화공원 조성에 힘쓴 분들께 감사를 보내는 사연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과거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먼저 간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었다.

지난 28일 수학여행차 4·3평화공원을 들른 대전 유성여자고등학교 길지연(18) 학생은 평화공원을 둘러본 뒤 “아름다운 섬이라고만 생각됐던 제주에 이렇게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놀랐다”며 “아무 잘못 없던 민간인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억압당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화해와 평화를 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길양은 제주4·3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모두가 기억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이며 같은 내용이 담긴 소원지를 해원의 폭낭에 걸었다.

4·3평화공원에는 참배를 마친 대통령과 여·야당 대표가 남긴 글귀가 방명록에 고스란히 보관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인 2012년 8월 1일 제주4·3 평화공원을 찾고 방명록에 ‘4·3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는 글을 남겼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1월 19일 제주를 찾아 방명록에 ‘상생과 화해의 정신으로 위대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란 글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2012년 7월 16일 ‘4·3의 숭고한 넋을 기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2015년 1월 10일 ‘제주의 희망 평화와 가치! 꼭 이루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2012년 11월 2일과 2014년 1월 21일 각각 ‘4·3의 아픔을 역사가 기억하게 하고, 희생되신 분들의 명예를 지켜드리겠습니다’, ‘화해와 평화의 역사를 열어가겠습니다’고 방명록에 작성했다.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정부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2014년에는 4월 3일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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