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도 신고 꺼려…드러나지 않은 피해자 더 많을 듯”

#1. 지난 7월 3일 오후 10시 40분께 경기도 광주시의 한 빌라에서 A(64·여)씨와 B(62)씨가 크게 다퉈 소동이 빚어졌다.

다툼은 애인 사이인 두 사람 중 B씨가 바람을 피운 사실이 들통나면서 불거졌다.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B씨의 집까지 찾아가 옷을 잡아당기고 손톱으로 가슴을 할퀴는 등 폭행을 가했다.

경찰까지 나섰으나 결국 B씨는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

#2. 올 4월 28일 오전 1시 40분께 용인시 수지구의 아파트에서는 C(52·여)씨가 D(46)씨 집 초인종을 수차례 누르며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들은 이혼 후 만나 1년간 사귀다 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집 안에서 버티던 D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다가 경찰관이 출동하자 집 밖으로 나왔다.

이에 격분한 C씨는 D씨의 뺨을 때려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피해자가 남성인 사건이 최근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21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수사한 데이트 폭력 925건 중 여성 피해자가 83%로 압도적이었으나, 남성 피해자도 6%였다.

남녀가 서로 치고받아 각각 가해자·피해자가 된 경우는 11%였다.

남성 피해자들은 위 사례처럼 다른 여성을 만나다가 혹은 이별로 인해 찾아온 애인으로부터 손이나 발로 몇 차례 얻어맞은 게 대부분이다. 심각한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남성의 경우 피해를 당하고도 사회적 인식 탓에 경찰에 신고하는 등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길 꺼린다는 데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데이트 폭력의 남성 피해자들은 ‘(신고하기에는)창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경찰에 접수되지 않은 사건을 합치면, 남성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은 강력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범죄인데도 불구, 남녀를 불문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낮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대의 집착, 즉 스토킹으로 인한 지속적 괴롭힘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인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소하게 한번 두번 넘기다가는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더 큰 범죄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폭력 상담소에도 남자 상담원이 존재할 정도로 세상이 변했다”며 “남성이라고 해도 피해를 보면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경기남부지역에서 데이트 폭력으로 형사 입건된 피의자는 906명으로, 이 중 76명이 구속됐다. 유형별로는 폭행이 543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합뉴스